이란 대통령 아들의 '전쟁 일기', 권력 내부의 공포와 갈등 드러내

문문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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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23일 오후 4:51

발행: 2026년 3월 23일 오후 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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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아들 유세프가 텔레그램에 연재한 '전쟁 일기'가 공개됐다. 일기에는 전쟁 발발 후 권력 내부의 공황 상태, 고위직 보호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현실, 전쟁 지속 기간과 방식에 대한 내부 논쟁이 생생히 담겨 있다. 그는 항복 요구를 강하게 거부했으나, 우방국 공격 같은 현실적 딜레마와 아버지에 대한 걱정,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폐쇄된 체제의 이면을 드러냈다.

권력의 심장부에서 온 기록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의 장남 유세프 페제시키안이 텔레그램에 연재한 ‘전쟁 일기’가 외신을 통해 공개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리학 박사이자 대학 교수인 그는 아버지의 정치 고문 역할도 맡고 있는데요, 전쟁 발발 이후 거의 매일 공개한 이 일기는 이란 최고 권력 내부의 생생한 심경과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공식 발표나 선전 자료가 아닌,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인물의 1인칭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입니다.

일기는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3월 초부터 이어졌습니다. 유세프는 아버지 대통령을 전쟁 발발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며, 지도부 인사들이 보안을 이유로 모습을 감추면서 직접적인 소통이 끊겼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반이스라엘 집회 현장에서조차 아버지를 만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고 기록하며, 가족으로서의 걱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공황 상태와 ‘최우선 과제’의 변화

일기에는 전쟁 초기 이란 수뇌부에 휘몰아친 공포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 등 최고위층의 암살 소식 이후, 유세프는 “일부 정치인들이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썼습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급변했다고 지적합니다. 고위 정치인과 군 엘리트들의 생명 보호가 국가적 임무로 부상했으며, 표적 암살을 막는 것이 ‘명예의 문제’가 되었다는 겁니다.

이런 긴장 속에서도 유세프는 이란 일반 국민들의 태도를 높이 평가합니다. 그는 국민들이 지도자들보다 훨씬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기록했는데요, “진정한 패배는 패배감을 느낄 때 온다”는 말로 위기 의식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일기에는 권력 내부의 취약성과 국민들의 강인함이라는 대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한 내부 논쟁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유세프는 전쟁 초기 정부 회의에서 ‘우리는 얼마나 오래 싸워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고 회고합니다. 그에 따르면 영원히 싸우는 것부터, 이스라엘의 파괴와 미국의 철수를 기다리는 시나리오, 심지어 이란이 붕괴하고 항복하는 극단적인 경우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논의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이란 지도부 내부에도 전쟁의 종결 시점과 목표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없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강경론과 일상의 아이러니

외부의 항복 및 정권 교체 요구에 대해서는 유세프가 극도로 강경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일부 시민들이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그는 이를 “무지하고 망상에 빠진 주장”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는 이슬람공화국 체제에 대한 국민의 충성을 확신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적인 딜레마도 고백합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 아랍 우방국 영토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해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그는 “슬프고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방국들이 이란의 입장을 이해해줄지 의문스럽다는 고백은 이란의 외교적 고립과 전쟁 확전에 대한 내부의 우려를 반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긴장의 기록엔 전쟁 한가운데서의 소소한 일상도 담겨 있습니다. 유세프는 아이들과 색칠공부를 하거나 공원에서 풍선을 사주는 모습, 라마단 만찬 초대 메시지를 보안 경보로 오해하는 해프닝 등을 기록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겪는 이 재앙은 결국 우리 자신의 행동 결과일지 모른다”는 성찰적인 문장은 이 일기가 단순한 전쟁 기록을 넘어서는 깊이를 더합니다.

이 ‘전쟁 일기’는 한 개인의 기록이지만, 닫힌 체제인 이란의 권력 내부에서 벌어지는 공포, 갈등, 고민을 엿보게 하는 귀한 창입니다. 아버지의 남은 임기 2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그의 간절한 마음이, 현재의 위기가 얼마나 지속되기 어려운 것인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