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여당이 해결책으로 '형사처벌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의료사고로 인한 형사책임 부담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해왔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완화하는 의료사고구제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단체와 야당은 "의료진에게만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필수의료 기피, 왜 문제인가
필수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소아·응급·분만·외상 등 핵심 의료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 이 분야에서 의료진의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확보율이 급감한 것이다. 2025년 전공의 수련 지원에서도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과목의 경쟁률이 크게 떨어졌다. 의료계는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과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꺼리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의사가 기소되는 건수는 연평균 34.4건에 불과하지만, 소송 공포가 현장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진은 방어적 진료를 하게 되고, 결국 환자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법안의 핵심과 쟁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의 핵심은 필수의료 행위 중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 발생 시, 상해나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공소를 제한하는 것이다.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사고구제법 개정안은 필수의료를 '중증, 소아, 응급, 분만, 외상 등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의료 행위'로 정의하고, 이 범위에서 중대한 과실 없이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소추를 제한하도록 했다. 또한 현재 반의사불벌 특례가 중상해 이상의 경우에만 적용되지만, 이를 확대해 경상해까지 포함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의료분쟁 조정 제도를 활성화하고 소송 남발을 억제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이러한 조치는 의료진이 보다 안심하고 필수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여당 관계자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단체와 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사망 사고까지 공소를 제한하는 것은 전례가 없으며, 의료진에게만 특권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도 "의료 과실에 대한 면책 조항이 될 수 있다"며 환자 권익 보호를 위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실제 의사 기소 건수가 연평균 34.4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의료계의 주장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숫자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소송 공포가 의료 현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맞선다.
향후 전망: 상반기 통과 목표, 그러나 합의 필요
정부와 여당은 올 상반기 내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고, 환자단체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당정 협의를 통해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의료진의 부담 완화와 환자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며 "의료분쟁 조정 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필수의료 기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 인프라 개선과 처우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