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과 쟁의 사이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2027년 단체교섭 의제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노란봉투법'의 해석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개별 노조가 경영권 행사로 인한 전보 가능성을 이유로 파업을 벌이는 게 사회적으로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직접 질타했습니다. 경영상의 의사결정까지 쟁의 대상으로 보는 노조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삼성전자의 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 같은 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노조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쟁의조정법 개정 사항을 스크리닝하고, 대통령령·지침·고시 등을 통해 쟁의 범위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계획입니다.
노란봉투법이 만든 물결
논란의 출발점은 '노란봉투법'입니다. 이 법은 단순히 원청·하청 사이의 교섭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중요 결정까지 교섭 대상으로 넓혔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서 '영업이익 N% 성과급'을 둘러싼 쟁의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인정되면서 자동차, 조선, IT, 유통 등 다양한 업종으로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죠.
경제학적으로 영업이익은 인건비를 제외한 뒤 주주와 경영진이 배분하는 영역입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현 법 체계상 노조의 주장이 일정 부분 납득 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합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노조뿐 아니라 민주노총까지 이재명 대통령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둘러싼 시선과 과제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가 노란봉투법을 강행한 여당의 '자업자득'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배분이나 투자 결정 같은 경영권 사안이 노동쟁의로 비화되면서 기업의 재무 자율성이 흔들리고, 업황이 나빠져도 인건비 부담이 늘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반면 양대 노총은 대통령의 발언이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데서 온 것이라고 반발합니다. 조세호는 한 발 물러서지 않고 있고,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결국 '노동 약자 보호'라는 법의 취지가 '부익부 빈익빈'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시행령과 지침을 통해 어디까지를 쟁의 대상으로 인정할지 명확한 경계를 그릴 필요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