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에 시작된 최고지도자의 마지막 길
2026년 7월 4일, 미국이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행사를 여는 같은 날 이란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대규모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 2월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이 바로 그날 테헤란에서 열린 것입니다. 이란은 이번 일정을 의도적으로 미국 독립기념일과 겹치게 설정했으며, 이는 체제의 저항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상징적 선택으로 읽힙니다.
테헤란의 이맘호메이니 대모살라 광장에는 운구 행렬이 도착하기도 전에 수많은 추모객이 운집했습니다. 이들은 붉은 깃발을 흔들며 "미국에 죽음을", "복수" 등의 구호를 외쳤는데요. 이번 장례식이 단순한 애도를 넘어 정치적 동원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란 지도부는 시아파 최대 애도 기간인 무하람월에 장례를 치르며 하메네이를 순교자로 부각하고 저항의 아이콘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엿새간 이어지는 성지 순례와 외교적 압박
장례식은 7월 4일부터 9일까지 엿새 동안 이어지며, 테헤란을 시작으로 중부 종교도시 쿰, 이라크의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와 나자프를 거쳐 마지막으로 고향인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매장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에만 최대 2천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00여 개국 대표 참석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행사 뒤에는 미국의 전방위적 외교 압박이 존재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전 세계 대사관에 비밀 지침을 내려 각국 정부의 참석을 막았는데요.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원조 삭감을 경고하며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했고, 이로 인해 동유럽과 아프리카, 아랍권 등 최소 13개국이 불참하거나 대표단 격을 낮췄습니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장례식이 단순한 내부 행사가 아닌 국제적 외교전의 장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파키스탄, 러시아, 하마스,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의 고위급 인사들은 조문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보이지 않는 후계자와 이란의 향후 과제
이번 장례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상주 역할을 해야 할 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아버지가 피살된 공습 당시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스라엘의 추가 암살 위협 때문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아흐마드 바히디가 비공개 추도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후계자의 공백은 이란 정권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란은 장례 기간 중 미국과 이스라엘이 어떤 도발을 가해오더라도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경고하며 내부 결속과 대외 위협에 동시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하메네이의 죽음을 순교와 연결 짓는 프레임은 당분간 이란의 주요 정치 자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전쟁 이후의 국가 재건 과제와 국제적 고립 속에서 이 장례식이 과연 장기적인 체제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