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이지만 끝이 아닌 이유
유럽중앙은행(ECB)이 10월 2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2.50%로 동결했습니다. 주요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로 모두 그대로 유지했는데요. 석 달째 같은 수준을 이어간 셈입니다.
그런데 회의장 분위기는 동결이라는 결과만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올라 2023년 9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인데요. 목표치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 이번 동결을 두고 인상을 앞둔 숨 고르기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에너지가 흔든 물가
배경에는 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자리합니다. ECB는 에너지 충격에도 기조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가격 상승의 규모와 지속 기간이 커질 경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다음 회의까지 많은 정보가 들어올 것이며, 그 결과 현재 상황이 금리 인상을 정당화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핵심 인플레이션은 안정적이고 임금의 2차 파급 효과도 아직 뚜렷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시장에서는 12월 회의에서 인상 가능성을 남겨둔 발언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프랑스 국채라는 변수
또 하나의 변수는 금융시장입니다. 재정 위기로 프랑스 국채 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 ECB는 과도하고 무질서한 시장 움직임이 통화정책 전달을 방해할 경우 전달보호기구(TP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정책 효과가 시장 혼란에 가로막힐 때는 별도의 대응 수단을 쓰겠다는 겁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연준과 달리 ECB는 회의 횟수를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고, 내년 2월 7일 사임을 예고하면서도 조직의 연속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12월 회의가 방향을 가를 지점인데요. 물가와 성장, 시장 불안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걸려 있는 만큼 ECB의 선택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