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이중 위기
지난 6월 3일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무효표가 108만여 표나 발생했습니다. 이는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인 43만여 표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후보들이 쏟아낸 선심성 공약이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잇따르며, 교육계 안팎에서는 제도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호 없이 후보만으로…무효표 늪
교육감 선거에서는 정당 추천과 기호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후보들이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색상의 옷을 입거나 '단일 후보', '유일 후보' 같이 모호한 명칭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유권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습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가 8명이나 나와 무효표가 30만 표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무효표보다 5배 넘는 숫자로, 기표 실수가 어느 정도 심각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유권자들은 제한된 분량의 공보물만으로는 후보들의 교육 비전을 세밀하게 비교하기 어려웠고, 결국 투표용지나 현수막에 의존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죠.
현장이 지적한 공약과 현실의 괴리
무효표 문제와 별개로 후보들의 공약 질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대전 지역에서는 구성중, 천동고, 죽동중 등 학교 신설이 쏟아졌는데요. 재개발로 인한 학생 유입을 고려한 것이지만, 수백억 원의 예산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북에서는 '우리아이자립펀드' 5,000만 원 지원, 경기도는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100만 원 입금 등 현금성 공약도 등장했습니다. 36년 교직 경력을 가진 최하철 교장은 이런 공약들이 예산 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표심 잡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기존 시설의 인프라 개선이나 취약 계층 학생을 위한 실질적인 복지 정책이 더 우선이라는 겁니다.
교육 비전을 묻는 선거로 바꾸려면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동국대 조상식 교수는 현 교육감 직선제가 사실상 시효를 다했다며, 러닝메이트제나 정당 추천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유권자들이 후보를 제대로 알리고 선택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치적 실체를 드러내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물론 정당 추천제로 돌아갈 경우 과거의 문제가 재현되거나 제도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핵심은 유권자가 후보를 제대로 알고, 후보는 교육 비전으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교육계 안팎의 대화와 사회적 재합의가 없이는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