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패권에 불어온 중국 바람
중국의 대표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466% 급등하며 시가총액 711조 원을 기록했고, 미국 인텔을 추월해 중국 본토 시총 1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IPO로 약 86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CXMT는 10년 가까운 적자를 딛고 AI 수요 폭증에 힘입어 흑자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이 소식에 코스피는 28일 전 거래일 대비 10.84% 급락하며 약 3개월 만에 6000선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ASML 주가도 장중 7% 넘게 빠졌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론도 동반 하락하면서 뉴욕 나스닥도 약세로 마감했습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이 중국발 공급망 충격에 한꺼번에 흔들린 모습이었습니다.
시스템적 경쟁력이 진짜 변수
중국이 이처럼 빠르게 추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산업 정책의 구조적 전환이 자리해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 반도체기금과 지방정부가 떠안던 위험을 이제는 자본시장으로 분산하는 방식으로 옮겨간 겁니다. CXMT만 해도 국유계 지분이 36%를 넘지만, 상장 이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 통로를 다변화했습니다. 내년 상장이 유력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까지 증시에 진입하면 중국은 D램과 낸드를 아우르는 거대한 자본 플랫폼을 갖추게 됩니다.
장비 자립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상하이 아이성나전자기술그룹이 침지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고, 올해 5대, 내년 20대 생산을 목표로 SMIC, 화훙반도체, CXMT 등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2019년 미국이 EUV 장비 수출을 막고 이후 DUV 유지·보수까지 제한하자 중국이 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입니다. 수익성보다 공급망 자립을 우선시하는 중국식 투자 방식이 글로벌 메모리 사이클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HBM 격차는 남았다
다만 한국 업계는 당장의 위협보다 장기 경쟁 구도에 주목합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9%, 마이크론 22%인 반면 CXMT는 아직 8% 수준에 그쳐 격차가 존재합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분야에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3년 이상의 기술 차이가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노무라 증권은 CXMT의 2030년 시장 점유율이 18%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립니다. 권석준 성근관대 교수는 2030년까지 중국이 범용 반도체 자립도를 높여 글로벌 마진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BoA는 ASML에 대해 중국발 리스크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은 HBM 등 고사양에서의 우위를 지키되, 저사양과 중사양 시장부터 잠식해 들어오는 중국의 전략적 잠행에 더 긴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