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이례적 귀국
강경화 주미대사가 지난 2025년 10월 부임 이후 처음으로 일시 귀국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의 지시로 15일부터 닷새간 서울에 머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산업통상자원부, 재정경제부 등 유관 부처와 현안을 조율했습니다. 현직 주미대사가 귀국해 협의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미 관계에 쌓인 현안의 중량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방문을 양국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한 공관장 의견 청취 차원으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쿠팡 사태와 대미 투자 압박 등 급박한 사안이 협의 배경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강 대사 자신도 쿠팡 문제가 예상보다 훨씬 오래가는 이슈라고 언급하며, 워싱턴 현장과 본부 간 인식 차이를 좁히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쿠팡과 투자, 안보까지 얽힌 갈등
현안의 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쿠팡 사태입니다.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 이후 쿠팡 측은 백악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고, 미 하원 법사위 중간보고서에는 로저스 대표가 위증죄 고발과 출국금지 등 형사적 위협을 20회 이상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국 측은 쿠팡이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더해 7월 7일 시행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 미 국무부가 표현의 자유 훼손 우려를 표명하면서 규제 갈등도 불거졌습니다. 둘째는 대미 투자입니다.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내 공장 건설을 공개 요구했고, 3천5백억 달러(약 520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도 1호 프로젝트가 확정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셋째는 안보 분야로, 핵추진잠수함과 우라늄 농축·재처리 협의 2차 회의 일정조차 잡히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응과 남은 과제
한국 정부는 세 가지 원칙을 세우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쿠팡 사태가 통상 이슈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대미 투자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국내 팹 증설이 국가 프로젝트임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AI 혁명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 대량 공급을 위해 국내 시설 투자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5일 당정 협의에서 외교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쿠팡 사태가 한미 통상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시간은 빠듯합니다. 경제적 갈등이 안보 협의까지 얼어붙은 상황에서, 강 대사의 이번 귀국이 경색된 분위기를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