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 연인 살해, 신고 4차례·스마트워치도 막지 못한 참변

KS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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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 수정 · 2026년 10월 13일 오후 4:06

발행: 2026년 10월 13일 오전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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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60대 남성이 전 연인인 4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스토킹과 교제 폭력 등 4차례나 경찰에 신고했고 긴급 신고용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지만, 가해자가 이를 강제로 뜯어내면서 보호조치가 무력화됐다. 처벌 불원으로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점과 스마트워치 관리 허점이 함께 도마에 올랐다.

신고 네 번, 끝내 막지 못한 참변

지난 10월 12일 새벽 1시 38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오피스텔 앞에서 60대 남성 강모 씨가 전 연인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습니다. 강 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지만 약 3시간 반 만에 제주시 건입동 도로에서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피해자가 이미 경찰의 보호 대상이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는 긴급 신고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아 착용하고 있었는데, 강 씨가 범행 과정에서 이를 강제로 뜯어내 무력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이 마련한 안전장치가 범행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던 셈입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강 씨는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피해자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결별과 금전 문제가 동기로 추정되는데, 범행 한 달 전 미리 흉기를 구입해 준비한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접근금지 명령은 왜 없었나

문제는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스토킹 2건,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교제 폭력 등 모두 4차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사건이 모두 종결 처리됐습니다.

정식 사건화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법원을 설득할 객관적 자료가 부족했고, 접근금지 명령 같은 강제 조치는 끝내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지난 9월 16일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안전조치 관리 대상으로 등록했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위험을 막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허점은 다른 사건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장모 살해·아내 납치 사건에서는 피해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가 방전 상태였고, 접근금지 임시조치가 30일 만에 끝난 뒤 새 조치가 신청되는 사이 보호 공백이 생겼습니다.

제도는 어디까지 왔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호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청은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산 점검과 담당자 통보 절차를 피해자 보호 매뉴얼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입법 논의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은 가해자에 대한 전자감시 부착을 추가하고, 임시조치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고위험 이혼 사건 피해자의 주소를 보호하고 안전한 송달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경찰은 강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피해자 부검과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정확한 경위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신고와 보호조치가 실제 안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구조적 공백이 다시 도마에 오른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