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내민 사과의 말
경찰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 등 위헌적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 일상을 위협한 위헌·위법 행위였다"며 깊이 사과의 뜻을 전했는데요. 이번 사과는 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경찰 조직이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당시 경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회 의원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계엄군 작전을 지원했으며, 중앙선관위 청사 장악 시도에도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 병력만 최소 3,700여 명에 달했고, 국군방첩사령부에 정치인 체포 명단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죠.
뒤늦은 반성의 시간
사과 배경에는 경찰 내부의 깊은 반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유 직무대행은 "일부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경찰이 위헌적인 계엄에 동원되어 국민께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고 인정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한 경찰관들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된 점에 대해 특별히 유감을 표명했는데요.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국회 통제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 전 청장은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입니다. 법정에서는 아직 진실 규명이 진행 중이지만, 경찰 조직 전체가 과오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갖췄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
경찰은 이번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도 발표했습니다. 유 직무대행은 "앞으로 어떠한 위헌·위법 행위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는데요. 개별 지휘관의 부당한 지시가 현장에 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민에 의한 통제 장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가동해 내란 가담 경찰관 조사에 나섰습니다. 자체 제보센터를 운영하며 내부 고발을 유도하는 한편, 헌법 교육을 강화하는 등 조직 문화 개선 작업도 병행하고 있죠. 하지만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교육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엇갈린 반응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경찰의 사과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장동혁 대표는 과거 지도부가 이미 사과한 바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한 당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장 대표는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과거에 머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런 갈등 속에서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 발표 여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남은 과제와 전망
경찰의 이번 사과가 단순한 형식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상명하복의 경찰 조직 문화 속에서 위헌적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데요. 또한 경찰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국민에 대한 책임성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3대 특검에서 미완료 상태로 남은 사건들을 경찰이 인수해 수사할 특별수사본부도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경찰이 과거 사건의 진상 규명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정치적 압력 없이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1년 전의 아픈 기억을 되짚으며 내놓은 경찰의 사과가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지키겠다는 원칙적 입장이 일상적인 경찰 업무에서도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