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이 이끈 분기 성장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1분기 경제 지표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상향되며,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명목 GDP는 전 분기 대비 10.5%, 전년 동기 대비 17.1%나 늘어 각각 50년 만과 30년 만의 최고치를 새로 썼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SNS를 통해 직접 이 소식을 전하며, 실질 국민총소득(GNI) 성장률 역시 1960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인 9.2%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가 이번 성장을 견인한 핵심 동력입니다. 수출 디플레이터가 23.5%나 급등할 정도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단순한 물량 증가를 넘어선 질적 성장이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숫자 뒤에 감춰진 재정 여력과 쟁점
이례적인 명목성장률은 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성과를 통해 국가채무비율이 40% 중후반대로 낮아지고 세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OECD 역시 올해 한국의 명목성장률을 10.4%로 예상하며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기존 52.0%에서 48.2%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경제가 커지면서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 셈입니다. 물론 이런 긍정적 흐름만 있는 건 아닙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는 명목성장률 급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내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OECD 전망 기준 1.66%로 여전히 하락세이며, 인구 구조와 노동시장의 한계가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체감과 괴리, 그리고 잠재성장률의 벽
거시 지표의 화려한 수치와 국민의 일상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합니다. 1분기 동안 기업 몫의 소득은 전년 대비 29.9%나 급증했지만, 근로자 몫의 소득 증가율은 6.9%에 그쳤습니다. 늘어난 부가 어느 한쪽에 쏠려 있다 보니 일반 가계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다소 미미한 상황인데요. 다만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만 달러에 육박하며 기존 2028년으로 예상됐던 달성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은 나옵니다. 문제는 이런 단기 호황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확보된 재원을 R&D와 규제 혁신 등 잠재성장률 회복에 투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이 모든 국민의 삶으로 전달되려면, 소득 분배와 내수 진작을 위한 세밀한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