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명절의 불청객
명절이면 꼭 따라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같은 금융사기 범죄인데요, 최근 6년간 설과 추석 연휴 전후에만 피해 건수가 4만 4천건을 넘어섰습니다. 피해 금액은 약 4천650억 원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1건당 평균 피해액은 5년 사이 2.3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천150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가족과의 만남에 마음이 분주해지는 때일수록 범죄자들도 이 기회를 노리는 거죠.
통계를 보면 명절 기간에 범죄가 집중되는 패턴이 뚜렷합니다. 이양수 의원이 지적했듯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전체 피해액의 72.6%를 차지하며 두드러지는데, 검찰이나 경찰, 금융기관을 사칭해 신뢰를 확보한 뒤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돈을 갈취하는 수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사기에서 더 나아가 체계적이고 지능화된 범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교묘해지는 유혹의 기술
문제는 이런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처럼 낯선 번호의 무작위 전화가 아니라, 유출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가 평소 이용하던 서비스나 지인을 사칭하는 방식이 늘었습니다. ‘세뱃돈 증정’, ‘설 선물 배송 안내’, ‘택배 송장 확인’ 같은 시의성 높은 키워드로 꾸며진 스미싱 문자가 대표적입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악성 앱 설치로 이어지고, 결국 개인정보 유출과 금융 피해가 발생하죠.
더욱 위험한 변화는 AI 기술의 악용입니다. 딥보이스 기술로 자녀의 목소리를 재현해 긴급한 상황을 연기하거나, 딥페이크로 지인의 얼굴을 합성해 영상통화를 위조하는 수법까지 등장했습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유출된 정보가 이런 맞춤형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AI 방어막과 개인 경계심
이에 대한 기술적 대응도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온디바이스 AI’ 기반의 보이스피싱 실시간 탐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통화 내용을 외부 서버가 아닌 스마트폰 내에서 분석해 위험 문맥을 감지하면 팝업이나 진동으로 즉시 알려줍니다. 데이터 유출 위험과 사생활 침해 우려를 동시에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SK텔레콤의 ‘에이닷 전화’, KT의 ‘후후’, LG유플러스의 ‘익시오’ 앱 등이 대표적 서비스입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모든 걸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경계심이 여전히 최선의 방어 수단입니다. 전문가들은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 메시지의 링크는 절대 클릭하지 말 것, 급한 입금 요청을 받으면 반드시 본인에게 직접 전화로 확인할 것, 스마트폰 보안 설정을 강화하고 공식 앱 마켓만 이용할 것 등을 조언합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의심스러운 문자가 오면 불법 스팸 대응센터(118)로 신고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결국 명절을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함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한 번 더 의심해 보는’ 습관이 함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