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은 7만 명의 비극
지난달 30일, 스페인령 세우타 국경을 넘은 이주민이 7만 2천여 명에 달했습니다. 단 24시간 만에 쏟아진 인파 속에서 최소 142명이 숨지는 인도적 참사가 벌어졌는데요. 현재에도 약 2천 명이 세우타에 머물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골머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국경 통과 문제를 넘어섰습니다. 세우타 대학병원에서는 14세 미만 소녀 5명을 포함한 10여 명의 청소년이 성폭행 피해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스페인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용의자 체포나 사건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미성년자들이 난민 수용소가 아닌 거리에서 범죄에 노출된 채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충격입니다.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의료 현장과 보호 인프라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지 오래입니다. 세우타 대학병원의 수사나 아스카소 의사는 피해 소녀들이 미성년자 보호시설에 들어갈 자리조차 없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결핵이나 간염 같은 전염성 질병이 유입될 위험이 커졌음에도 응급실의 대응 역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은 최소 1천 명이었지만, 실제 수용 가능 인원은 100명 미만이었습니다. 특히 4천 명에서 7천 명에 달하는 미성년자의 소재가 전혀 파악되지 않아 이들이 숲속이나 도시 곳곳에서 노숙하며 인신매매와 착취의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천 명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보호 한 장 받지 못한 채 거리에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주민 분노와 유럽의 갈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세우타 주민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8월 9일, 종교단체 주최로 헌법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는데요. 주최 측 추산 1만 명이 모여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사퇴까지 요구하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후안 비바스 세우타 시장도 시위에 함께하며 현재 상태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중앙 정부의 지원 확대와 함께 국경을 넘어온 이주민들의 모로코 송환을 주장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유럽 전체로 번지고 있는데요.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대해 솅겐 조약 적용을 중단하면서 유럽 국가 간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우타의 비극이 이제는 유럽 전체의 정치적 위기로 번지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