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의회 소환 조사
미국 전직 대통령 부부가 제프리 엡스타인 성범죄 사건과의 연루 의혹에 대해 의회 증언에 나섰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월 27일 하원 감독위원회의 비공개 조사에 응했는데요, 전직 대통령이 강제 소환 조사에 응한 것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하루 전인 26일 6시간 넘게 증언을 마쳤죠. 이번 조사는 엡스타인이라는 인물을 매개로 한 고위 권력층의 연계 의혹을 규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범죄를 전혀 몰랐다"는 일관된 부인
클린턴 부부는 증언에서 일관되게 엡스타인의 범죄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증언 전 SNS를 통해 "엡스타인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잘못한 것도 없다"고 선제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2008년 엡스타인이 유죄를 인정한 시점을 훨씬 전부터 교류를 끊었다고 설명했죠.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 역시 엡스타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어떤 연락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법무부가 공개한 문건 속 사진들에 대해서는, 교류가 이미 끊어진 뒤의 상황이거나 맥락이 다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증언을 들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답변이 '솔직하고 숙련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증언장을 뒤덮은 정치적 공방의 그림자
하지만 이번 조사 과정에는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증언 내내 이 조사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비판했는데요,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증언대로 불러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그녀는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이 수천 번 등장한다"며 직접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조사 과정에서도 소란은 잦지 않았습니다. 한 공화당 의원이 힐러리의 증언 장면을 몰래 촬영해 유출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엡스타인 사건과 무관한 UFO나 음모론 관련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진상 규명보다 정치적 공방으로 사건이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게 만듭니다. 향후 하원 감독위원회는 클린턴 부부의 증언 기록과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며, 엡스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 대한 증언 요구도 점차 거세지고 있습니다. 사건의 초점이 엡스타인 네트워크의 전모 규명에서 정치적 점수 싸움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