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세일에 몰린 사람들, 텅 빈 매대
홈플러스가 멤버십 회원 대상 '반값 세일'을 시작한 뒤 매장마다 긴 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강동점 등 주요 점포에 소비자들이 대거 몰렸고, 계산 대기 시간이 30분 이상 늘어나는 혼잡도 빚어졌습니다.
자체 브랜드 '심플러스' 가공식품과 생활용품은 50~60% 할인됐고, 아보카도 오일은 7,450원에 판매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대 곳곳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협력업체 이탈로 라면과 통조림은 이미 소진됐고, 축산 매대에는 고기 대신 칼과 가위만 진열돼 있었습니다.
신선식품 코너는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푸드코트와 입점 매장도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폐업 정리'라는 소문이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른바 '보물 찾기' 쇼핑이 벌어졌고, 싼 가격에 사면서도 씁쓸해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회생 폐지로 치닳은 배경
이번 사태는 7월 3일 서울회생법원이 기업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법원은 최소 2,000억 원의 운영자금이 조달되지 않으면 회생 계획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지난해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고, 126개였던 점포는 67개로, 2만여 명이던 직원도 9,000여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핵심 원인은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주채권단 메리츠금융그룹의 갈등이었습니다.
양측은 자금 책임을 떠넘기며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고, MBK는 항고까지 포기했습니다. 메리츠 측은 점포 매각 자금 회수에 집중하면서 회생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습니다. 법원은 7월 19일까지 2,000억 원이 조달되면 회생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 변화는 없는 상황입니다.
333억 체불과 노조의 반격
피해가 가장 큰 쪽은 노동자들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회생 폐지 이후 7월 3일부터 9일까지 근로자 상담 692건이 접수됐습니다. 6월 한 달간 임금 체불액은 약 333억 원으로 확인됐고, 1,000여 명에게 120억 원의 임금과 이자가 미지급된 상태입니다.
정부는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주재 TF 회의를 열고 1인당 최대 2,100만 원의 대지급금과 연 1.5% 저금리 융자 등 지원책을 마련했습니다. 협력업체에도 긴급경영안정자금과 특례보증, 최대 5억 원의 운전자금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노동자들도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마트산업노조 조합원 5명이 7월 10일 MBK파트너스 본사 로비를 점거하고 연좌농성을 벌였습니다. MBK 측은 14일 김광일 부회장과 면담을 제안하며 농성을 일단락시켰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15일 총파업 대회를 예고했습니다. 국회 더민주 을지로위는 MBK 청문회 추진을 결정했고, 금융감독원도 MBK 임원진에 고강도 중징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2,000억 원 자금 확보 여부가 9,000명 노동자의 운명을 가르는 마지막 분수령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