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가까운데 선박은 망설이는 까닭
이란이 레바논 휴전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을 일시 개방한다고 발표한 지 며칠째입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감사를 표하며 “절대 다시 봉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죠. 그러나 수에즈 운하와 함께 세계 석유 수송의 대동맥인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표면상의 합의와 달리, 해협 통항의 실질적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 보입니다. 이란의 ‘조정된 경로’ 통행 요구, 미국의 지속적인 해상 봉쇄, 그리고 선주들의 신중한 관망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열었다” vs “봉쇄 유지한다” 엇갈리는 주장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과 이란의 공식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평화 협상이 하루이틀 안에 타결될 것이며, 합의 서명과 동시에 대이란 해상 봉쇄를 종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합의가 100% 완료되기 전까지는 봉쇄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며 압박 카드를 내려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이란의 국회의장은 “미국의 봉쇄가 지속되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폐쇄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양측이 서로 다른 조건을 내걸며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해협을 실제로 이용해야 할 해운업계는 난감한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이란의 핵 물질 처리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그가 ‘핵 찌꺼기’라 부름)을 미국에 인계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 외무부는 이를 단호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협상 대가로 200억 달러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가 논의된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단 10센트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부인했습니다. 협상이 마지막 고비에서 이런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겁니다.
선주들은 기다리고, 파키스탄은 중재에 나서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해운업계의 움직임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글로벌 선박 정보업체들은 유의미한 통항량 회복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합니다. 일부 유조선이 이란이 지정한 새 항로인 ‘라라크섬 옆 경로’를 시험적으로 통과하려 했지만, 대부분은 보험 문제와 안전 우려로 인해 회항하거나 대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질적인 통항 재개는 선주들의 적극적인 복귀 여부에 달려 있는데, 그들에게 필요한 건 명확한 안전 보장과 운영 조건입니다.
한편, 다음 협상 장소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가 유력시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참여할 의사도 내비쳤습니다. 파키스탄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지역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 필사적으로 중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2차 협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개방 조건과 핵 합의의 세부 이행 방안, 그리고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의 공고화가 복합적으로 논의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협의까지 포함하면 완전한 무역 정상화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