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이끈 성장률 상향...선진국 중 가장 높은 전망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6%로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발표 때보다 0.7%포인트 높아진 수치인데요. 특히 IMF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주요 30개국 가운데 이란과 함께 가장 큰 폭의 상향 조정이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미국(2.3%)과 스페인(2.1%)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그룹 11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것은 반도체와 AI 하드웨어 수출이 경제를 견인한 결과입니다. IMF는 한국을 AI 하드웨어 순수출 상위 4개국 중 하나로 꼽았으며, 이러한 수출 호조가 올해 1분기 성장률을 연율 기준 7.5%까지 끌어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세계는 둔화하는데 한국만 뛰는 이유
사실 세계 경제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중동 지역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3.0%로 소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유로존과 일본 역시 높은 에너지 부담으로 전망치가 낮아졌는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중동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힘을 입어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가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확실성이라는 대외적 악재를 상쇄한 것이죠. ADB 역시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등 대응책이 경제적 완충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세계 물가상승률은 기존 예상보다 0.3%포인트 높은 4.7%로 상향되었고, 에너지와 식품 가격 부담은 여전히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쏠림 넘어 모두의 성장으로
성장률 전망이 밝아진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2.0%였던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를 2% 중후반대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진짜 고민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반도체 산업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와 서비스업 호조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조업의 조정과 건설투자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유가와 높은 환율로 소비 회복이 제약되고 있어 성장의 온기가 고용과 지역경제, 서민 경제까지 확산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입니다. 이른바 반도체 중심의 양극화 성장과 고용 없는 성장이 구조적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죠.
이에 정부는 AI 중심 산업 전환과 5극 3특 기반 지역 성장전략을 통해 반도체 호황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IMF의 상향 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높은 성장률이 단순한 수치에 그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모두의 성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입니다.
반도체와 AI라는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그 힘을 내수와 고용, 지역으로 전파하는 정책적 역량이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