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지친 약국들의 떠남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제휴하던 약국들이 잇따라 발을 빼고 있습니다. 닥터나우 등 일부 플랫폼이 비급여 의약품의 최저가 경쟁을 부추기고 약국 간 줄세우기식 영업을 벌인 게 주된 이유인데요. 단순히 가격 경쟁만 문제가 아닙니다. 플랫폼이 자체 약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용료 부담까지 안기면서 약국의 경영 자율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약사들은 비급여 처방으로 늘어나는 매출보다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팩스나 이메일로 처방전을 직접 받는 방식만 제대로 갖춰져도 굳이 민간 플랫폼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오히려 민간 플랫폼에 묶이다 보면 장기적으로 약국 운영의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이탈을 결심한 약사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비대면 진료 앞선 약사회의 국민건강권 사수 비대위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대한약사회가 강력 대응 조직을 꾸렸습니다. '편의점 약 확대 및 비대면진료 약 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건데요. 연제덕, 김성진, 최종석 지부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세우고 16개 시도지부장이 참여하는 실행위원회를 구축했습니다.
비대위는 운영위원회 산하에 투쟁전략팀, 정책개발팀, 대외협력팀, 홍보팀을 두고 현안별로 대응합니다. 특히 정책개발팀은 편의점약 대응과 약배송 대응을 분리해 전문성을 높였습니다. 운영위원회는 매주, 실행위원회는 매월 회의를 열어 정부와 국회의 입법 움직임을 지켜볼 계획입니다.
약사회는 현행 의료법에 이미 대면진료 원칙과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며, 약 배송 확대를 위해서는 별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담약국 방지를 위한 조제 건수 제한과 배송대행 주체 자격 등 세부 안전장치를 하위법령에 반영하는 데 집중할 방침입니다. 비대위는 오는 9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발대식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공공 플랫폼이 대안이 될까
민간 플랫폼 중심의 의료 시스템이 결국 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약국 이탈 사태 역시 플랫폼의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신을 키운 결과로 풀이됩니다. 플랫폼이 비급여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홍보하며 시장을 교란하고, 이 과정에서 약국을 단순 배송 기지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입니다.
사실 비대면 진료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처방전 전달이나 약 배송 같은 핵심 기능을 민간 업체가 독점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수익 추구가 아닌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고, 광고나 홍보 행위에 대한 세부 규정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입니다.
향후 정부의 비대면진료 정책 방향과 약사회의 대응 강도에 따라 의료 현장의 지형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환자의 접근성과 약국의 생존권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