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쌍둥이 임산부, 4시간 응급실 뺑뺑이 끝에 한 아이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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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달 전 수정 · 2026년 4월 8일 오전 12:37

발행: 2026년 4월 8일 오전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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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조산 증세를 보인 쌍둥이 임산부가 7개 병원의 수용 거부로 4시간 동안 응급실 뺑뺑이를 겪은 끝에 한 아이를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도입된 책임형 응급의료체계의 한계를 드러냈으며, 비수도권의 심각한 필수의료 인력 및 병상 부족이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건은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와 응급 이송 체계 개선의 시급함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시스템이 무너진 240분

지난 2월 말, 대구의 한 호텔에서 임신 28주 차인 미국 국적의 산모가 갑작스러운 조산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새벽 1시 반쯤 119에 신고가 접수됐고, 구급대는 신속히 현장에 도착했지만, 그때부터 시작된 것은 끝없는 문전박대였습니다. 대구 지역 내 7개 주요 병원에 차례로 연락이 갔지만, 산부인과 전문의 부재나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을 이유로 모든 병원이 수용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구급차 안에서 약 1시간을 대기해야 했고, 남편은 직접 차를 운전해 수도권 병원을 향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경북 구미와 충북 음성에서 119 구급대와 만났지만, 환자 정보 전달의 혼선과 이송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로 소중한 시간만 지체되었죠. 산모가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한 것은 신고 시점으로부터 무려 4시간이 지난 오전 5시 42분이었습니다. 당시 그녀는 이미 양수가 터지고 혈압이 떨어진 위험한 상태였고,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졌지만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저산소증으로 다음 날 사망했습니다. 다른 한 아이는 뇌 손상을 입어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도입된 체계도 막지 못한 '뺑뺑이'

이번 사건은 2023년 대구에서 발생해 사회적 충격을 준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이후 도입된 '책임형 응급의료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이 체계는 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해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하도록 설계됐는데요, 현실에서는 여전히 구급대원이 병원에 일일이 문의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이 환자 수용을 어렵다고 사전 고지한 건수는 2023년 5만 8천여 건에서 2024년 11만 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는 시스템의 디자인 결함보다 더 근본적인, 병상과 인력이라는 '의료 인프라'의 심각한 부족을 반영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이번 피해 산모는 조산 예방 시술을 받은 고위험군이었기 때문에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2개와 전문 인력이 동시에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대구 지역에 산모·태아 집중치료실 전문의가 16명, 병상은 32개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권역모자의료센터조차 당시 신생아 환자로 만원 상태였다고 합니다. 의료 사고에 대한 병원의 법적 책임 부담이 커지면서, 리스크가 큰 고위험 환자를 수용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고민과 과제

사건 이후 대구시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전문 인력 채용 확대와 병상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며, 상급종합병원장 간담회를 열어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구급대원의 병원 탐색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신 병원의 가용 병상과 전문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조율하는 중앙 컨트롤타워의 적극적인 가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미 국립중앙의료원의 모자의료 전원전담팀이나 광역응급의료상황실 같은 시스템이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죠.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근본 원인을 시장 논리에 맡겨진 공공의료의 부재에서 찾는 목소리도 큽니다. 병원 간 이송 연계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설계와 함께, 필수의료 인력과 시설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확보하고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족 측은 국가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데, 이번 사건의 처리 결과는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