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가 일상이 된 환율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5일부터 28거래일 연속으로 종가 기준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중에는 1,549.8원까지 치솟아 1,550원 선을 위협했고,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외환당국은 장 막판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추정되는 달러 물량을 투입해 고점을 한 차례 낮추긴 했지만, 시장의 불안 심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1,500원대 환율이 새로운 뉴노멀로 자리 잡는 듯한 분위기인데요, 이런 흐름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어 원화의 구조적 약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달러를 찾는 손길이 만들어낸 압력
이번 고환율의 가장 큰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국내 주식 순매도가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국내 주식은 최근 114조 원 규모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의 10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해외로 빼내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했고, 이것이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률이 3년 만에 4%대로 올라서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얻었고, 달러 인덱스는 101선을 웃돌며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습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로 지정학적 긴장도 높아졌지만, 호르묘즈 해협 통항 재개와 국제유가 하락이 일부 불안을 완화시키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1490원과 1700원 사이
향후 환율 전망은 기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BNK부산은행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근거로 하반기 오버슈팅이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며, 4분기 평균 1,49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한미전략투자공사 출범에 따른 대미 직접투자 확대가 장기적인 달러 유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환율이 1,700원 선까지 열릴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장 해외여행을 앞둔 개인들은 분할 환전을 통해 고점 부담을 줄이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