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원의 유럽 투자와 디지털 협정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연합(EU) 방문을 계기로 한국이 첨단 산업 투자와 디지털 통상 분야에서 일괄적인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의 기업 4곳이 총 1억 6,500만 달러(약 2,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신고했는데요. 이와 함께 한-EU 디지털 통상협정(DTA) 정식 서명과 최상위 경제협력 체계인 '한-EU 경쟁력 파트너십' 출범도 합의되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외교 일정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첨단 산업의 전략 거점으로 떠오르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5대 교역 상대국 중 처음이자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결된 DTA는 데이터와 전자상거래 규범을 새롭게 짜는 토대가 됐죠.
반도체에서 양자컴퓨터까지...공급망 협력의 구체적 성과
투자를 신고한 기업들의 행보는 국내 첨단 산업 생태계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독일 오라폴은 반사 필름 공장을 증설해 아태 지역 거점으로 삼기로 했고, 프랑스 콴델라는 한국을 광자 기반 양자컴퓨터의 R&D 및 제조 허브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네덜란드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는 국내 법인을 새로 설립해 반도체 장비 모듈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스웨덴 마이크로닉은 연구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죠.
유럽 기업들이 한국을 단순 생산 기지가 아닌 첨단 기술의 전략 거점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디지털 통상협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 현지화 의무를 제한해 국내 기업이 EU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데이터센터 없이도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졌고,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제공 강제를 금지해 핵심 기술 보호에 방패가 생겼습니다. 전자서명과 전자인증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무역 절차에서 전자문서를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도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안보까지 아우르는 미래 협력 로드맵
양측은 협력 영역을 통상과 투자에서 에너지와 경제안보까지 넓히기로 했습니다. '한-EU 경쟁력 파트너십'을 출범시키고 기존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와 공급망 대화를 아우르는 고위급 경제대화를 신설했는데요. 이를 통해 정책 방향을 보다 총괄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마련됐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차관급 '한-EU 에너지 대화창구'가 새로 마련됩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력망 확충 등을 정례적으로 논의하며 중동 사태 같은 급변하는 에너지 안보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죠. 실제로 대한전선은 벨기에 얀데눌, 네덜란드 보스칼리스와 협력해 초고압직류송전(HVDC) 분야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유럽 전력망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한국과 EU는 이제 통상을 넘어 경제안보와 에너지 전환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 개선을 이어가며 이런 흐름이 실제 현장에서 안착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