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데요. 정치권과 학계는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들며 빠른 제도화를 촉구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금융안정과 통화정책 효과 약화를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10일 국회 토론회에서 쏟아진 다양한 의견들은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서 우리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장금리 변동성 우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국내 금리 체계에 미칠 영향이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장보성 연구위원은 미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스테이블코인 자금 유입 시 단기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유출 시 그 영향이 확대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국내는 시장성 단기 안전자산 규모가 크지 않아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수요가 금리에 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단기 국채 발행이 제한적이고 기존 통안증권의 유동성 문제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조달을 위한 통안증권 발행 확대는 통화정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종속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은행 시스템에 미칠 파장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의 예금 구조를 변화시켜 조달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소매 예금이 감소하고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쌓으면서 저비용 개인 예금이 고비용 법인 예금으로 대체될 수 있는데요. 법인 예금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페널티 적용으로 은행의 고유동성 자산 적립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장보성 연구위원은 초기에는 예금 보유 비중을 높게 가져가 시장금리 영향을 완화하고, 국채 인프라 개선에 따라 예금 비중을 조정하는 운영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의 7가지 우려가 기술 문제가 아닌 규제 설계의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 일본, 유럽 등이 규제 설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반면, 한국은 불필요한 논쟁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안도걸 의원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달러의 압도적 점유율(99.8%)을 지적하며 시장 선점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달러 코인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원화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습니다. 문철우 디지털자산금융학회장은 미국의 '지니어스 법' 통과 후 스테이블코인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사례를 제시하며 규제 명확화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통화정책 효과 약화 논란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노진영 통화정책국 정책 제도팀장은 "스테이블코인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의 유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표출했는데요. 특히 중앙은행이 잘 알지 못하는 비금융 부분에서의 통화 증가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로 들며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반면 학계와 연구계는 통화량 변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입장입니다.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은 시장 가격에 모든 정보가 반영되어 있는데 한은이 리스크만 강조하는 이유를 의문시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질서를 주도하는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이근주 회장은 기술적 확장성과 제도적 상호 운용성 확보를 위한 유연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은 위험의 부재가 아닌 반복된 성공 경험의 축적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점진적 도입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