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열린 압록강의 새 물길
2026년 10월 15일,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개통했습니다.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총 연장 3026m, 왕복 4차선 규모로 건설됐는데요. 중국이 22억 위안, 우리 돈 약 4400억 원을 전액 투자해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했지만, 무려 12년이 지나서야 문을 열게 된 겁니다.
개통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박태성 북한 내각총리가 화상으로 참석해 축사를 전했습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와 랴오닝성 당위원회 서기 등 지방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최고지도자 대신 지방 인사들이 나선 개통식은 양국 관계의 실리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세관 앞에 줄 선 화물차들
개통 직후 단둥 세관 앞에는 신의주로 향하는 컨테이너 차량들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기존 조중우의교로 하루 200~300대가 오갔는데, 이제 물류가 새 다리로 분산되기 시작한 겁니다. 다만 북한 세관의 통관 절차가 아직 완비되지 않아 개통 당일에는 약 100대 수준에 그쳤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한 주민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과 대북 제재 완화 움직임을 언급하며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총리는 축사에서 양국 국민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맥주와 담배로 열리는 외화 창구
대교 개통은 북한의 외화 벌이에도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이 맥주, 담배, 해산물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보면 북한산 맥주 수입량은 2024년 약 54만 리터에서 2025년 약 100만 리터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고, 2026년 8월까지 92만 리터를 기록했습니다.
맥주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북한은 이를 활용해 외화를 확보하고 있고, 러시아로까지 수출을 넓히는 모습입니다. 반면 안보리 제재 품목인 해산물이 단둥 수산물 시장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가짜 브랜드 담배가 저가로 유통되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단둥이 랑터우 신경제개발구와 연계해 항만과 공항, 철도망을 아우르는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몽골과 러시아 내륙철도를 거쳐 유럽까지 이어지는 국제 물류망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유엔 제재라는 벽이 여전하고, 북한이 대중 의존도를 높이는 데 대한 경계심도 남아 있어 대교가 가진 잠재력이 온전히 발휘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