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공약과 '자화자찬'의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내년 봄 ‘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환급과 군인 특별 지급금을 약속했습니다. 이는 최근 최저치를 기록한 경제정책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내년 중간선거를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엉망진창’으로 만든 나라를 11개월 만에 살렸다고 자평하며, 자신의 관세 정책이 18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경제를 되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크리스마스 전까지 군 장병 145만 명에게 1인당 1,776달러의 ‘전사 배당금’ 카드를 지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주장과 현실 사이의 괴리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실제 경제 지표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합니다. 그는 달걀과 칠면조 가격 하락을 예로 들며 물가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고 강조했죠. 그러나 지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로, 바이든 전 대통령 집권 말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AP-NORC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 성인들은 식료품과 전기요금 가격이 평소보다 높다고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NPR 등이 실시한 다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생활비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하락론’과 정반대의 민심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투자 유치 규모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고라고 밝힌 18조 달러라는 수치는 AP통신 분석에 따르면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실제 투자 유치 약정 규모는 약 9조 6천억 달러 수준이며, 여기에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체결된 투자 계약도 포함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죠.
중간선거를 향한 전략적 계산
이러한 적극적인 경제 호황론과 선심성 공약 배후에는 뚜렷한 정치적 계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약속함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특히 내년 봄 예고된 세금 환급은 한 가구당 연간 최대 1만 2천 달러의 혜택을 강조하며,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요. 더불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대해 ‘기준금리 대폭 인하를 믿는 인물’을 임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도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호소하는 중산층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최근의 냉정한 여론조사 결과와 맞닿아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36%로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 중인데요. 결국 이번 18분 간의 연설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총공세이자, 중간선거 패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인 메시지 전쟁의 시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제 숫자와 일반 국민의 체감 간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 그리고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향후 그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