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찍고 숨 고르는 유가...중동 중재설에 잠시 멈칫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2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3.12% 내린 배럴당 89.31달러, 브렌트유는 3.88% 밀린 배럴당 96.78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번 하락은 지난 5거래일간 이어진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함께 중국과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간 회담 재개를 중재한다는 소식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하락폭을 두고 시장은 여전히 긴장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달 들어 WTI는 30% 넘게 급등했고,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섰으니까요.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를 사우디아라비아만 겨냥한 제한적 조치라고 한발 물러선 점도 유가 안정에 기여했습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각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무력 충돌 가능성을 여전히 남겨뒀습니다.
인플레 우려와 국내 유류값...고금리 그림자도 커졌다
유가 급등은 단순한 에너지 시장 이슈를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7%를 넘어서며 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도 약 1년 만에 최고 수준인 6.58%까지 올랐습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AI와 반도체 등 성장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심리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고요.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중동 긴장 고조로 하락 폭은 크게 줄었습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가격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8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는데요. 휘발유는 L당 1,784원, 경유는 1,773원으로 지정해 소비자 부담 완화에 나섰습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대외 불확실성 속에 1466.6원선에서 거래를 마쳤고, 미국의 한국산 제품 관세 부과와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등 추가 변수도 산적해 있습니다.
위기 속 기회 찾는 시장...신재생·원유 ETF '훨훨'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체에너지와 원유 관련 상품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국내 ETF 시장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PLUS 태양광&ESS가 20.65% 급등하며 수익률 1위를 기록했고,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와 TIGER 200에너지화학레버리지도 13% 넘게 올랐습니다. 원유 공급 차질 우려에 베팅하는 원유 ETF 역시 강세를 보이며 KODEX WTI원유선물(H)은 15.54% 상승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운항 차질이 지속될 경우 올해 4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일각에서는 극단적으로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물론 UBS는 연말에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중동의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완화될 때까지는 변동성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안보와 금융시장 불안을 동시에 자극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단기적 수익 기회와 장기적 위험 관리 사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앞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