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달러 문턱, 숫자 뒤의 두 얼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1953년 전쟁 직후 67달러에 불과했던 수치가 70여 년 만에 600배 가까이 커진 겁니다. 대한민국은 G7 국가 가운데 1인당 소득 4만달러를 넘어선 여섯 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2026년 2분기 명목 GDP는 전년 대비 26.4% 늘어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로 환산한 소득도 함께 부풀었습니다. 다만 실질 성장률은 0.6%에 그쳤습니다. 물가와 환율 효과를 걷어내면 성장의 실체는 훨씬 얇다는 뜻입니다.
GDP와 GNI, 무엇을 보는 지표인가
두 지표는 집계 기준이 다릅니다. GDP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셉니다. 기업 국적과 무관하게 한국 안에서 생산됐다면 포함됩니다. 반면 GNI는 그 소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봅니다. 명목 GDP에 국외순수취요소소득, 즉 거주자가 해외에서 받은 임금과 이자, 배당을 더하고 비거주자에게 지급한 소득을 뺀 값입니다.
여기서 국민은 국적만 뜻하지 않습니다. 개인은 물론 기업과 정부까지 경제적 거주자로 묶어 소득의 분배와 사용을 파악합니다. 문제는 총량과 체감의 간극입니다. 지난해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2만515달러로, 4만달러의 56%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남은 과제는 분배
성장의 온기가 곳곳에 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년 고용률은 44.1%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46개월 연속 내리막입니다. 노인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의 2.7배, 75세 이상은 54.0%에 이릅니다.
반도체 호황이 고용을 크게 늘리지 않는 구조라는 점도 변수입니다. 2026년 1분기 실질 GNI가 9.2% 오르는 동안 주거와 교육, 식비 부담은 가계를 눌렀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서비스·신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해 일자리 저변을 넓히고, 세제와 복지, 사회보장 재원 다각화로 재분배를 보완해야 한다고 봅니다. 4만달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