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최고치를 찍고도 주가가 폭락한 이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9조 4천억 원, 60조 5천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정반대로 움직였죠. 7월 27일부터 이틀간 삼성전자는 17.91%, SK하이닉스는 22.85% 급락하며 시가총액 537조 원이 증발했는데요. 이 기간 외국인은 두 종목에서만 6조 3천억 원가량을 순매도했고, 개인투자자들의 손절 매물까지 쏟아지며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는 이례적인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사실 이 두 기업은 이제 단순 실적주가 아니라 AI 성장주로 분류되면서 미래 성장성과 금리 같은 외부 변수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이번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밑돈 점을 매도의 명분으로 꼽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인 64조 7천억 원보다 약 6.4% 낮았고, 주주환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점도 실망감을 키웠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레버리지 ETF가 급증하며 변동성은 더욱 증폭되었는데요. 두 종목 연계 레버리지 ETF는 이틀 만에 33~43%씩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크게 키웠습니다.
중국 추격과 AI 의구심이 쏟아낸 공포
실적 이후의 급락은 단순히 기업 내부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의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가 기업공개를 통해 14조 원을 확보하며 범용 디램 점유율을 3%에서 8%로 끌어올린 사실, 그리고 중국이 자체 심자외선 장비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미국의 수출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적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죠.
동시에 AI 인프라 투자가 과도한 자본 지출로 이어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침체장에 진입했고, 코스피와 나스닥100의 동조화는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습니다. 이는 한국 반도체주가 미국 빅테크의 투자 심리에 직접적으로 연동되어 있다는 방증인데요. 금리 상승과 자금 조달 불안이 겹치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공포 심리가 지배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권사 의견은 갈리고, 반등 시점은 언제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증권사들의 전망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디램 가격 상승과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양산 출하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70만 원으로 23.7%나 상향 조정했는데요. 반면 BNK투자증권은 148만 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낮게 제시하며 반등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래에셋증권도 중국 변수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280만 원으로 낮췄으나, 장기 실적 추정치와 매수 의견은 유지했습니다.
과거를 보면 주가 회복까지 상당한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고점 회복에 4년 9개월이 걸렸고, SK하이닉스는 3년 1개월이 소요되었는데요. 다만 현재의 조정이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를 가를 분수령은 멀지 않았습니다. 연준의 금리 결정과 마이크론, 퀄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어, 이들 결과에 따라 기술주 반등의 기회가 열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공급 과잉 우려와 수요 둔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