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속 시신과 사라진 9명...네팔 홍수 속 한국인 수색 총력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어퍼트리슐리-1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되었습니다. 아직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대홍수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바로 그 현장입니다. 8월 말 시작된 이 재난은 현재까지 최소 900명 이상의 사망자와 5,000명에 가까운 실종자를 낳았습니다. 네팔 당국은 터널과 댐 일대에 고립된 노동자 900여 명을 구조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요.
우리 정부와 기업들도 수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헬기를 투입해 사무동과 상부댐 상공을 수색했으며,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은 육로로 접근해 현장 인근을 뒤지고 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네팔 외교장관과 두 차례 통화를 하며 네팔 군의 집중적인 지원과 드론, 열화상 탐지기 등 장비 지원을 거듭 요청했습니다. 다만 악천후와 험한 지형 때문에 수색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빙하가 무너뜨린 현장...수력발전 사업의 기후 리스크
이번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은 히말라야 빙하 붕괴였습니다. 8월 26일, 네팔과 티베트 접경에서 빙하가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토석류가 쏟아졌고, 트리슐리강을 따라 하류로 휩쓸고 내려갔습니다. 엄홍길 휴먼재단 상임이사는 실제로 두 달 전 이 지역을 지나며 좁은 협곡에 조성된 건물들을 보고 큰 피해를 우려한 바 있습니다. 그는 오래전부터 히말라야 빙하 유실과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는데요, 이번 사고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된 셈입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건설하던 216㎿급 수력발전소 현장이라는 점입니다. 공정률 84%까지 진행된 이 발전소는 홍수로 시설 대부분이 유실되었고, 올해 말 준공 계획도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되었습니다. 수력발전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지만, 정작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역설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 사고는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조지아 등지에서 추진 중인 우리 기업의 해외 수력발전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위험 평가를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구호의 손길과 생존의 기적
혼란 속에서도 희망적인 소식들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와코트 지역의 한 초록색 철근 콘크리트 주택은 주변 건물이 모두 쓸려 내려간 가운데 끝까지 버텨 일가족을 구했는데요, 이른바 초록집의 기적으로 불리며 SNS에서 큰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교사들의 신속한 판단 덕분에 학생 수백 명이 무사히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은 네팔에 긴급구호기금 10만 달러를 지원하고 현지 무료 급식소 운영을 돕고 있습니다. 다만 접경지역에 추가 비가 예보되면서 2차 홍수 우려까지 더해져, 실종자 수색과 생존자 구조 모두 시계제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수색 결과와 기후변화 시대 해외 인프라 사업의 안전성 확보 방안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