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현상이 몰아친 하루
2026년 7월 24일, 국내 증시가 이른바 '검은 금요일'을 맞았습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72% 하락한 6,690.62로 마감했고, 코스닥 역시 5.32% 빠지며 동반 약세가 나타났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1,466.6원으로 소폭 내렸습니다.
이날 시장이 출렁인 배경에는 고유가·고금리·고달러의 '3고 현상'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이란을 13일째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극도로 긴장됐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며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WTI도 90달러선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4.71%까지 치솟았습니다.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극단으로 치달은 겁니다.
5거래일 연속 사이드카, 개인은 혼자 버텼다
하락세가 워낙 급격하다 보니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23분과 47분, 한국거래소가 잇따라 사이드카를 걸었고, 이로써 이번 주 5거래일 중 4일에서 사이드카가 작동하는 초유의 상황이 됐습니다.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만 41번, 코스닥에서는 25번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특히 반도체주의 하락이 두드러졌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 넘게 빠지면서 대형주 위주로 투매가 나왔고,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15%대 폭락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 4천억 원 넘게 팔아치웠고 기관도 1조 4천억 원을 던졌습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3조 8천억 원을 순매수하며 혼자 방어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정부, 레버리지 ETF 규제 앞당기다
금융당국은 이번 폭락의 주범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지목했습니다. 이 상품들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의 두 배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세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당국은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 시행일을 기존보다 한 주 앞당긴 7월 31일로 확정하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문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미국 관세 부담과 AI 산업의 지출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긴장과 외국인 매도세로 '7천피'를 다시 내주게 됐다고 진단했고,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부담을 고려하면 협상으로 회귀하는 시나리오가 더 현실적이라고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