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시장을 덮쳤을 때
지난주 한국 증시는 하루 만에 12%가 폭락하는 충격을 맞았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한 일이었는데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되는 등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었죠. 이런 급락은 한국 증시 역사상 7번째에 불과한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다음 날, 코스피는 9% 이상 뛰어오르며 낙폭의 상당 부분을 단숨에 회복해냈습니다. 시장이 '블랙먼데이'를 겪은 지 하루 만에 '급등장'을 맞이한 셈입니다.
이런 극심한 널뛰기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뿐만 아니라 시장 내부의 과열 요인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들어 한국 증시의 상승률이 글로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들어왔다고 분석합니다. 즉, 지정학적 리스크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압력을 한꺼번에 분출시킨 겁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 급락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 10조 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떠받쳤습니다.
역사가 보여주는 패턴
이렇게 극적인 등락을 보일 때, 투자자들은 당연히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일정한 패턴이 존재합니다. 한국 증시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7차례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시장의 심리적 저점 부근에서 발생했고, 그 이후 반등이 시작됐습니다. 특히 서킷브레이커 발동 후 약 30거래일이 지나면 평균 9.9%의 반등을 기록했고, 60거래일 후에는 20%에 가까운 상승을 보였습니다.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됐죠. 과거 12차례의 전쟁이나 군사 충돌 사건을 분석해봐도, 코스피는 평균 20거래일 후 3.6% 상승하며 추세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당시에도 국내 증시는 초기 충격에 하락했다가 일주일 안에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극심한 공포로 인한 급락이 오히려 중장기적인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위기 속의 선택지
현재 시장을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리지만, 공통된 조언이 있습니다. 바로 과도한 투매를 경계하고, 실적 성장이 뚜렷한 종목에 주목하라는 점입니다. 많은 증권사 연구원들은 현재 코스피의 20% 가량 하락이 악재를 상당 부분 반영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5050선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지지선으로 작용해온 구간이죠.
반등기에는 어떤 종목이 먼저 움직일까요? 과거 데이터를 보면,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그리고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베타 종목이 더 강력한 반등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직후 고베타 종목은 30%, 2020년 팬데믹 직후에는 27.4%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죠. 따라서 실적 성장세가 뚜렷하면서도 주가가 크게 떨어진 '고베타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스퀘어,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대표적인 후보로 꼽히는데요,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20% 이상 조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당분간 시장은 중동 정세의 향방, 국제 유가의 흐름, 그리고 미국의 물가 및 고용 지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은 원유 공급과 물가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입니다. 동시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 방향을 가늠케 해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공포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만만찮은 리스크 요인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균형 잡힌 자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