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와 호르무즈가 동시에 뜨거워졌습니다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화물선을 공격해 6명이 숨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상선을 겨냥한 후티 공격으로 처음 나온 대규모 인명 피해인데요, 공격 대상이 특정 국적 선박이 아닌 일반 화물선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합니다.
피격된 선박은 이집트 회사 소유의 소형 화물선 티하마호였습니다. 후티 측은 사우디 군수물자를 운송하는 선박이라고 주장했지만, 예멘 정부는 식량 등 민간 물품을 실은 상선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미사일 3발이 선체를 강타한 뒤 구조 인력이 접근하자 2차 공격까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4명과 예멘 정부 해안경비대 요원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와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상황도 살벌해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동결된 자금이 풀리지 않는 한 해협 개방을 거부하고 있으며, 미국은 파나마 국적 화물선을 공격하는 등 대이란 해상 봉쇄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홍해와 호르무즈라는 세계 양대 에너지 수송로의 긴장이 동시에 고조되는 형국입니다.
예멘 내전은 다시 전면전 문턱으로
후티 반군의 공세는 예멘 내전의 휴전이 사실상 깨진 상황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사나 공항 폭격을 계기로 후티는 2022년 4월 이후 유지되던 휴전을 종료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과 홍해 상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예멘 정부가 장악한 홍해 항구도시 모카까지 사흘 연속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습해 7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치는 등 내전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유엔은 최근 군사 활동이 2022년 유엔 중재 휴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격화되었다며, 예멘이 다시 전면전에 빠질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후티 반군이 이란과 연계해 홍해 봉쇄라는 제2전선을 열면서 중동 전역이 복잡한 다중 분쟁 구도로 확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방어 태세를 강화하며 튀르키예와 파키스탄과 공동방위협정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재정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어 장기적인 군사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 물류 대동맥이 막히고 있습니다
두 핵심 해협의 동시 봉쇄와 공격은 글로벌 에너지 물류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원유 수송이 홍해 항로로 우회되었는데, 이제 홍해 마저 안전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선박 데이터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하루 평균 50척에서 32척으로 급감했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도 전쟁 이전보다 크게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유가는 1.4% 상승했으며, 해상운임과 전쟁위험보험료도 급등할 가능성이 큽니다. 에너지와 원자재의 대동맥이 동시에 위협받으면서 세계 경제의 불안 심리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카타르 등 중재국은 최근 양측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다며 외교적 해법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이 경제적 압박 카드를 꺼내더라도 수십 년간 제재를 견뎌온 이란과 후티에게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홍해와 호르무즈의 안보 위기가 중동 전체의 불안을 키우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