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K-축구, 첫걸음은 내디뎠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한국 축구가 역사적인 위기를 맞은 가운데, 쇄신의 칼날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K-축구 혁신위원회 출범식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 박지성 FIFA 분과위원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한국 축구의 새판 짜기에 나섰습니다. 위원들은 공정성을 위해 차기 협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고, 활동 기한은 차기 집행부 구성 시까지로 정해졌습니다. 특히 이번 혁신위는 정부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직을 내려놓고 위원으로 참여한 점이 눈에 띕니다. FIFA가 회원 협회의 독립성을 엄격히 규제하는 가운데, 정치적 개입이 아닌 자발적 쇄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죠.
직선제 개편과 현장의 부재, 두 개의 과제
혁신위가 손에 쥔 가장 구체적인 카드는 축구협회장 선거 제도 개편입니다. 현재 소수 선거인단이 결정하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 방식을 넘어,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하기 위해 60일 선출 규정에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선거인단 규모 확대와 함께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런 거버넌스 개혁의 열기와는 별개로, 혁신위 구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위원회 명단에 현장 지도자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탁상행정으로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는 추후 별도의 대화의 장을 마련해 현장 목소리를 수렴하겠다고 밝혔지만, 혁신위 자체가 구속력 없는 자문기구라는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박지성의 역량 시험대, 쇄신은 실행에서 결정된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선 박지성 위원장의 역량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는 FIFA 에이전트 활동과 KFA 기술위원회 경험 등으로 행정적 기반을 다졌다고 평가받지만, 전북 현대 재직 시절의 강등 사태는 여전히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임민혁 등 관계자들은 기득권 카르텔의 저항이 거셀 것이라며 박 위원장조차 혼자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 축구의 미래는 제도 설계를 넘어, 논의된 내용이 실제로 땅에 닿는 실행력에서 갈릴 것입니다. 유소년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와 데이터 기반 행정 도입 등 장기적인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혁신위의 제안이 땜질처방에 그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