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6개월 만에 최악
5대 은행의 부실채권이 눈에 띄게 불어났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7조6133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조3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2018년 1분기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습니다. 고정이하여신은 원리금을 3개월 넘게 갚지 못한 대출, 즉 부실채권을 뜻합니다.
연체율 지표도 일제히 올랐습니다. 3분기 말 원화대출 연체율 평균은 0.42%로 2017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0.49%,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60%까지 치솟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보다 기업, 그중에서도 중소기업에서 부실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 겁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가 겹쳤다
배경에는 만성적인 내수 부진과 고금리가 자리합니다. 매출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 부담만 커지니, 현금 흐름이 약한 영세 기업부터 상환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업종별 연체율을 보면 도소매업이 0.71%로 가장 높고, 건설업 0.69%, 숙박·음식점업 0.55%, 부동산업 0.5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 회복이 늦어지고 건설·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업종에 타격이 집중된 셈입니다.
대기업 연체율도 0.18%로 2021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았는데, 중앙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과 회생 절차 같은 일부 대형 여신 부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습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3%로 전분기와 같았지만, 2016년 1분기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선행 지표도 좋지 않습니다. 1~3개월 연체된 요주의 여신은 10조5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고, 추정손실 잔액은 1조931억원으로 18.7% 불어났습니다. 요주의 여신은 90일을 넘기면 고정이하여신으로 재분류될 수 있어, 당장의 연체율보다 앞으로 쌓일 부실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지며 연체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은행권의 자산 건전성 지표가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