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다시 흔든 사건
지난 10월 초, 오키나와 나하의 한 호텔 객실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지갑과 배낭이 사라진 데다 보안 카메라에 짧은 머리의 외국인 남성이 홀로 빠져나가는 장면이 찍혀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 추적에 나섰습니다. 사건 발생 약 7시간 만에 체포된 인물은 후텐마 기지 소속 주일 미군 해병대 일병 데빈 제이콥 발라드(20)였습니다.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이례적으로 빠르고 강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번 사건을 극도로 잔혹하고 흉악한 범죄라며 미국에 재발 방지와 기강 확립을 요구했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고,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차관은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대사에게 전화로 항의했습니다. 글래스 대사는 유감을 표명하며 수사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0.6%와 70%라는 숫자
이번 사건이 큰 파장을 부르는 이유는 오키나와의 구조적 부담에 있습니다. 오키나와는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주일 미군 전용 시설의 약 70%가 몰려 있습니다. 전투기 소음과 추락 사고, 강력 범죄가 반복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오래전부터 쌓여 있었습니다.
1995년 미군 3명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은 기지 이전 요구가 거세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후텐마 기지 반환이 결정됐고, 일본 정부는 헤노코 이전을 추진하며 지역 사회와 갈등을 이어왔습니다. 도쿄 총리공관 앞 집회에서는 기지 부담이 여성 피해로 전가됐다는 비판이 나왔고, 류큐대 야마모토 아키코 교수는 항의가 정치적 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일미지위협정을 포함한 구조적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정권의 계산과 남은 과제
정치 일정도 사건을 더 민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지사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가 12년 만에 당선된 직후였고, 자민당 중심 연합이 선거에서 승리한 시점과 겹쳤기 때문입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기지 이전 논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반대로 미일 양국이 사안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합니다. 결국 관건은 항의와 유감 표명에 그치지 않고, 기지 집중과 지위협정이라는 뿌리 깊은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재발 방지 대책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 또 한 번의 성명으로 끝날지가 오키나와 민심의 향방을 가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