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이 노인 의료와 돌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그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병원 수는 15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는데요, 정작 '치료를 받는 곳인가, 돌봄을 제공하는 곳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는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호함이 '사회적 입원'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키우면서 의료 자원의 효율성과 건강보험 재정까지 위협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죠. 이러한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은 머뭇거리는 중앙 정책을 떠나 지역 차원에서 통합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치료와 돌봄 사이의 낀 곳
요양병원 입원 환자 6명 중 1명꼴은 의학적 필요성보다는 돌봄이나 주거 문제로 병상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른바 '사회적 입원' 환자죠. 65세 이상 노인의 86% 이상이 만성질환을 앓는 초고령사회에선 치료와 돌봄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이 돌봄 수요까지 떠안게 되면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요양병원에 지출되는 진료비는 15년 사이 5배 이상 뛰어 7조 원을 넘어섰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병원의 역할이 불분명할수록, 정작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가야 할 자원이 다른 곳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겁니다.
지자체의 선제적 대응 모습
중앙 정책의 역할 재정립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과천시와 전라남도 같은 지자체들은 스스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과천시는 최근 의료, 요양, 복지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지원협의체'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협의체는 지역의 돌봄 정책을 심의하고, 기관 간 협력 방안을 도모하는 게 주된 임무인데요, 시민이 살던 곳에서 편리하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전라남도도 주요 의료기관과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가 지역사회로 돌아갔을 때 끊기지 않고 돌봄 서비스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발굴과 연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전남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산, 간병비와 제도 정립
지자체의 노력이 주목받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간병비 부담입니다. 국민의 90% 가까이가 요양병원 간병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이는 사회적 입원을 조장하는 근본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이 돌볼 수 없고 자비 부담이 커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요양병원 병상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료와 돌봄 체계를 명확히 분리하는 제도적 정립과 함께, 지역사회 기반의 공식 돌봄 서비스를 확충하고 그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요양병원은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에게 집중하고, 일상 돌봄은 지역의 통합돌봄 사업이나 장기요양제도가 담당하는 효율적인 분업 구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자체의 실험적 시도가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결국 국가 차원의 포괄적인 정책 재설계 없이는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