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에 쏟아붓는 마지막 희망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복권 지출이 428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8%나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주류 지출은 9.0%, 담배 지출은 11.8%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데요. 생활비가 빠듯해 기호품까지 포기하면서도 복권만큼은 늘린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도박 심리가 아니라,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려는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가계 적자는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월평균 실질소득은 0.6%에 그친 반면, 가계지출은 4.9%, 소비지출은 5.1%나 늘었고, 월평균 적자액은 43만 8,174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대출 이자 비용이 23.9% 급증하면서 생활비 압박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월세와 이자가 짓누르는 청년들
저소득층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39세 이하 가구주가 있는 청년 가구는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소득이 감소했습니다. 올해 1분기 월평균 명목소득은 539만 500원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는데요. 반면 월세를 포함한 실제 주거비는 21만 2,400원으로 11.6%나 올랐습니다. 이는 3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유일한 연령대로, 2022년 이후 5년 연속 주거비가 오른 겁니다.
전세 가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목 이자 비용이 20만 9,600원으로 32.9% 폭증하며,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이고,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어디에도 닿지 않는 자산 형성의 문
최근 반도체주 중심의 증시 호황이 이어졌지만, 저소득층은 이러한 기회에서 대부분 소외되었습니다.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보니 고가 자산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이유로 진입 장벽이 낮은 복권이 대체 수단으로 선택되는 경향이 짙어졌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저소득층이 주식 시장의 대안으로 복권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고, 이은희 인하대 교수는 술과 담배까지 줄이며 복권을 구매하는 행위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심리로 풀이했습니다.
당장의 생활비 마련이 급한 상황에서 복권은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고유가 피해 지원금과 같은 직접적 재정 지원을,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정책 서민금융 확대를 통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복권에 기대는 희망이 아닌, 삶의 버팀목이 될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