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응해 12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핵심광물 비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프로젝트 볼트’라는 이름으로 민간 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희토류·갈륨·코발트 등 전략 광물을 비축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무기화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지난해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자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카드를 꺼냈다. 희토류는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첨단 무기 등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는 미국 자동차 공장 가동 중단과 첨단 무기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년 전 겪었던 일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핵심광물 비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20억 달러의 대응책, '프로젝트 볼트'
프로젝트 볼트는 민간 자본 16억 7천만 달러와 미국 수출입은행의 100억 달러 대출을 결합해 추진된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대출 규모는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이번 주 내로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 자금으로 희토류, 갈륨,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대량 조달해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GM, 보잉, 스텔란티스, 코닝, 구글 등 참여 기업에 공급한다. 운영 방식은 전략비축유와 유사하다. 기업들은 일정 가격으로 향후 구매를 약정하고, 프로젝트 측은 광물을 조달·보관하면서 대출 이자와 보관 비용을 부과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자체 비축 부담 없이 원자재 가격 변동과 공급 중단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국방 목적으로 핵심광물을 비축해온 것과 달리 민간 수요를 위한 최초의 대규모 비축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2월 4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핵심광물 장관회의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주요 우방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주재하는 이 회의에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또한 미국은 MP머티리얼스 등 핵심광물 채굴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의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과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 볼트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인 대응으로 평가된다. 성공 여부는 민간 기업의 참여 규모와 수출입은행의 대출 승인, 그리고 광물 조달 계약 등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번 움직임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동맹국과 손잡고 핵심광물 자급 기반을 확대해 나간다면, 향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