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넘어선 주권 다툼
미국과 캐나다 사이의 무역 갈등이 예상 밖의 국면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25일, 미국산 수입품 약 200억 달러 규모에 최대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미국이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매긴 데 대한 맞대응입니다. 9월 8일부터 시행될 이번 조치는 철강과 알루미늄, 가구 등에 50%, 가전과 유제품에는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반발하며 내년 1월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철강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여기에 양국 국경인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 호수'로 바꾸겠다는 조롱 섞인 발언까지 덧붙이며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이를 '장난질'이라 치부하면서도 전략적이고 현명하게 싸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통상 분쟁의 범위를 넘어섰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캐나다의 프랑스어 보호 정책과 제3국 무역협정 체결을 문제 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는데요. 마크 카니 총리는 이를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규정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미국 측은 이러한 주장을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지만, 퀘벡 주정부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어권 사회의 반발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중간선거 겨냥한 계산
캐나다의 보복 관세에는 꽤 정교한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은 특정 주를 겨냥해 정치적 압력을 가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는데요. 위스콘신의 가공치즈, 메인의 랍스터와 수산물, 켄터키의 세탁기와 건조기 등이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모두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중요한 경합주의 핵심 산업입니다.
이처럼 캐나다는 경제적 보복을 넘어 미국의 정치적 표밭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총리는 전력 할증료 부과를,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총리는 F-35 전투기 구매 재검토까지 거론하며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초당적으로 결집했습니다. 이러한 강경 대응은 과거 트럼프의 협박에 굴복하던 국가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기도 합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계는 이번 갈등의 예상 밖 피해자로 떠올랐습니다. 도요타와 혼다 등은 USMCA를 전제로 캐나다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왔는데, 50% 관세가 현실화되면 캐나다 내 사업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미 도요타는 텍사스 공장에 36억 달러를 투자하며 생산 물량 이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법적 공방과 불확실한 미래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관세의 근거로 든 1930년 관세법 338조는 법적 불확실성이 큽니다. 약 100년간 실제 부과 사례가 거의 없는 조항인데다, 이미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한 전례가 있어 국제무역법원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됩니다. 만약 법원이 338조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대통령은 관세를 넘어 수입 금지까지 가능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됩니다.
현재 양국은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자동차 및 알루미늄 관세 인하 폭에 제동을 걸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되었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이 막판에 조건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캐나다가 새로운 요구를 던졌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변화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퀘벡의 분리독립 지지율이 수십 년 만에 최저인 3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외부의 위협이 오히려 캐나다 연방 내 결집을 유도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다만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양국 모두 공급망 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이라는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