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 뒤 삼촌 폭행에 맞선 조카…대법원 '정당행위' 인정

국주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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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 전 수정 · 2026년 8월 12일 오후 12:18

발행: 2026년 8월 12일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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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삼촌에게 당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조카가 삼촌의 폭행과 살해 위협에 부엌칼로 맞선 행위를 대법원이 정당행위로 인정했다. 1심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조카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으며, 재판부는 전체적인 다툼 경위와 역학관계를 종합해 피해자의 방어 행위를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촌의 가위에 맞선 부엌칼, 왜 정당행위가 되었나

2023년 1월, 30대 조카가 어린 시절 70대 삼촌에게 당한 성추행 사실을 가족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이후의 상황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는데요. 격분한 삼촌이 조카의 집으로 찾아와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고 서랍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삼촌은 식탁 위 가위를 집어 들며 살해 위협을 가했습니다.

위기를 느낀 조카는 부엌칼을 들어 맞섰고, 즉시 112에 신고한 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대치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검찰은 조카를 특수협박 혐의로, 삼촌을 상해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조카의 흉기 사용을 정당행위로 인정하며 원심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행위가 계속되는 부당한 공격에 맞선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대응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과 달랐던 대법원의 시선

1심과 2심은 조카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과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들은 흉기를 든 행위 자체를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특히 2심은 삼촌의 폭행이 조카의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흉기를 든 대응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정을 달리 봤습니다. 삼촌이 먼저 찾아와 폭행을 가하고 생명까지 위협한 점을 중시했는데요. 조카가 직접 신고를 하고 추가 위협 없이 경찰을 기다렸다는 점이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다툼의 발단과 경위를 종합하면 삼촌의 책임이 훨씬 중대하며, 조카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가벼웠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흉기가 등장했다고 해서 무조건 유죄로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피해자의 자기보호, 어디까지 인정될까

이번 판결은 가정 내 폭력 상황에서 피해자의 방어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보았는데요. 특히 성별과 과거의 관계를 고려할 때, 조카가 느낀 공포심이 절박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물론 모든 흉기 사용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처럼 예고 없는 폭력과 생명 위협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은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앞으로 유사한 사건에서도 전체적인 역학관계와 다툼의 경위를 종합적으로 살펴 피해자의 방어권이 제대로 평가될지 주목됩니다. 한편, 상고하지 않은 삼촌의 벌금 500만 원은 확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