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쏘아 올린 글로벌 금리 인상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유가를 자극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은 9월 FOMC를 통해 현재 3.50~3.75%인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큰데요. 이와 함께 공개될 점도표를 통해 연말 기준금리 전망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행도 30년 만에 기록적인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행 1.0%에서 1.25%로 올릴 경우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되는데, 이는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상황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영국은행은 이번에 동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7월에 이미 위원 3명이 인상을 주장했던 만큼 추가 긴축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사실 고유가는 단순히 에너지 비용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운송비와 생산비를 거쳐 최종 상품 가격까지 전이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소비자와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임금과 물가가 서로를 추격하는 고물가 고착화 위험이 커지는데요. 이게 주요국들이 금리를 올리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국 경제의 성장률 마이너스 조정
고유가의 여파는 한국 경제에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중동 전쟁 장기 교착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2.6%에 그치고 물가 상승률은 2.7%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준이라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유가 전망은 이미 깨진 지 오래입니다. 한국은행이 기본 시나리오에서 제시했던 내년 브렌트유 가격 74달러는 이미 실체와 동떨어진 수치가 되었는데요. 장기 교착 상황에서조차 85달러로 봤지만, 실제 유가는 107달러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처럼 유가가 전망을 상회하면서 한국 경제는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놓칠 위기에 처했습니다.
재정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가 석유최고가격제 손실 보전을 위해 편성한 예산은 약 1조 4천억 원 수준이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업계에서는 추가로 6조 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세수와 민생 지출 구조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신흥국이 떠안게 된 딜레마
주요국들의 금리 인상 기조는 전 세계적으로 복잡한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영국이 일제히 금리를 올리면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쏠리기 마련입니다. 신흥국들은 이 과정에서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죠.
문제는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신흥국들조차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다는 겁니다. 통화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리면 내수 경기가 더 얼어붙고, 내리면 자본이 빠져나가 환율이 폭등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죠. 결국 고유가는 주요 선진국뿐 아니라 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들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입니다.
물론 각국의 정책 수단은 남아 있습니다. 다만 기대인플레이션이 한번 살아나면 잡기가 어렵다는 점을 중앙은행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고유가와 고금리가 공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세계 경제의 회복 동력은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