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와 엔화를 이긴 환율의 역주행
원·달러 환율이 최근 이례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엔·달러 환율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는데도, 원화는 오히려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며 환율이 내려갔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유가와 엔화의 흐름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이른바 수급 장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주행의 핵심 배경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상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스닥 입성을 위해 하루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달러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의 달러 공급이 크게 늘었습니다. 여기에 한화오션 등 조선업체의 수출대금 유입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 둔화까지 겹치며 달러 공급 우위가 뚜렷해졌습니다.
반면 달러 수요 측면은 여전히 소극적인 상황입니다. 정부의 환율 안정 의지가 달러 매수 심리를 꺾었고, 코스피 조정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한풀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달러 수요도 줄어든 겁니다. 수출 네고 물량은 꾸준한데 이를 상쇄할 매수 세력이 부족하다 보니 환율 하락은 불가피했습니다.
27일, 저가 매수에 환율은 반등
그러나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오른 1,466.80원에 거래되며 상승 전환했는데요. 이는 최근 80원 이상 급락한 환율을 저가로 보고 수입업체들이 결제 수요를 내놓은 결과입니다.
SK하이닉스 ADR 상장 자금이 계속 유입되면서 환율이 낮아지자, 시장에서는 현재 레벨을 달러 매수 적기로 판단한 겁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틀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약 1조 5천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커스터디 관련 달러 매수세가 더해졌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완화되는 조짐도 나타났습니다.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이 호르무즈 해협 폭격 작전의 효과가 한계에 달했다며 중단을 권고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상 고시를 내놓으며 시장에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수급 이벤트 이후는 매크로가 결정
전문가들은 이번 수급 중심의 흐름이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ADR 관련 물량이 소진되는 8월 초중순까지는 유입과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환율 방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이 지나면 시장은 다시 본연의 매크로 변수에 주목하게 될 겁니다.
앞으로 환율을 결정할 핵심 요인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과 중동 협상 재개 여부, 그리고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입니다. 수급 이벤트가 종료된 뒤에는 엔화 움직임과 연준의 금리 전망이 반영되면서 환율이 단기적으로 반등할 여력도 충분합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3분기 원·달러 환율 범위를 1,400원에서 1,550원 사이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