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만 더’ 애원하는 중독자들
서울 청담동의 한 빌딩에서 피부과 클리닉을 연상케 하는 간판을 단 시설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안에서는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환자처럼 찾아온 이들에게 주사를 놓고 있었죠. 사용된 약물은 전신마취 유도제 ‘에토미데이트’였습니다. 투약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한 번만 더 놔달라”며 약물을 계속 요구하는 이들이 있었고, 어떤 여성은 19시간 동안 연속으로 투약받는 등 심각한 중독 상태를 보였습니다. 현장에는 응급 의료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지난 11일, 이 불법 시술소를 운영한 일당 17명을 입건했고, 그중 10명을 구속했습니다. 유통된 에토미데이트 앰플은 3만 개가 넘었는데, 이는 최대 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에 달합니다.
병원 사칭부터 ‘출장 주사’까지
이들의 범행 수법은 조직적이고 대담했습니다. 우선,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가 베트남 등으로 수출한다는 명목으로 서류를 조작해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확보했습니다. 이후 조직폭력배 등을 통해 약물을 유통시켰고, 최종 판매처인 불법 시술소는 피부과나 클리닉으로 위장했습니다. 시술소는 ‘떴다방’처럼 비밀리에 운영되거나, ‘주사 이모’라 불리는 사람들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는 ‘출장 주사’ 형태로도 서비스를 제공했죠. 주요 고객층은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이었고, 1회 투약에 20만 원씩 받았다고 합니다. 범행을 쉽게 모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에토미데이트가 아직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공범을 모을 때도 “적발되어도 중하게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게 경찰 조사 결과입니다.
관리 사각지대, 이제 채운다
에토미데이트는 기존에 프로포폴의 대체제로 사용되던 전신마취제입니다. 빠른 수면 유도 효과가 있지만, 오남용 시 호흡 기능을 떨어뜨리고 저산소성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일본에서는 ‘좀비 담배’의 성분으로도 알려져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죠. 그런데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마약류가 아니어서 처방과 유통 관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부터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전환해 관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취급 과정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보고해야 하며, 온라인 불법 거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삭제 조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불법 유통의 뿌리를 차단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높은 수요와 중독성에 있습니다.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장옥진 교수는 에토미데이트가 강한 중독성을 지녀 한번 경험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찾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약류 지정으로 유통 경로는 막히겠지만, 이미 중독에 빠진 이들에 대한 치료와 사회적 관심도 함께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