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만에 사라진 8조 원
지난달 29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20여 분 만에 63억 달러, 약 8조4000억 원어치의 가상자산이 빠져나갔습니다. 미국 FBI는 이 사건의 배후로 북한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공식 지목했는데요. 단일 해킹 사건으로는 암호화폐 업계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바이낸스 측은 엔지니어 노트북이 해킹되고 거래 승인 시스템의 허점이 악용됐으며, 지갑 개인키 유출 증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FBI는 탈취 자금이 주로 이더리움으로 전환되고 있어 추가 자금세탁 가능성도 경고했습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조직으로, 라자루스 그룹의 일부로 분류됩니다.
핵과 미사일로 이어지는 돈줄
북한에게 가상자산 해킹은 제재로 막힌 외화 조달의 핵심 통로로 자리 잡았습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보고된 전체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 가운데 북한 연계 추정 비중은 약 89%에 이릅니다. 2021년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인데요.
2021년부터 올해 10월 29일까지 전체 피해액 223억4000만 달러 중 북한 연계 추정 피해액은 132억4000만 달러로 약 59%를 차지합니다. 탈취 자금은 믹싱과 사설 거래소, 중국계 자금세탁망 등을 거쳐 현금화된 뒤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투입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과거 방글라데시 중앙은행과 로닌 네트워크, 바이비트 등을 공격한 것으로 지목됐습니다.
AI 결합과 국내 거래소의 사각지대
최근에는 북한 해킹 조직의 공격에 인공지능이 결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북한 해킹 조직 8곳 중 3곳이 AI를 일상적인 공격 업무에 통합한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수키 조직이 대규모언어모델과 검색증강생성 환경을 구축한 정황도 공개됐는데요.
국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현행법상 고객 자산의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지만, 입출금을 처리하는 핫월렛과 외부 연동 시스템은 상시 공격에 노출됩니다. 최근 금융사 여러 곳에서 개인정보 6만8000여 건이 유출된 사건도 AI 도구가 동원된 대량 자동 공격으로 추정됐습니다. 북한 IP를 이용한 국내 금융시스템 접속 시도가 440만 건 확인된 만큼, 거래소와 금융권의 보안 점검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