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감방의 고통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교정시설에서 과밀 수용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수용자들이 결국 패소했습니다. 인천지법은 수용자 24명이 제기한 3,95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까지 원고들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는데요. 이들은 수용 기간 동안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국가가 수용자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있으나 인간으로서의 존엄까지 해쳐서는 안 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에서는 과밀 수용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는데요. 법원은 1인당 도면상 면적이 2㎡ 미만일 경우 위법한 과밀 수용이 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향후 유사 소송에서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될 전망입니다.
2㎡ 기준과 증거의 벽
이번 판결의 핵심은 단순히 소송을 기각한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명확한 기준을 들어 과밀 수용의 위법성을 설명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용자 1명당 면적이 2㎡ 미만이면 수인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기준은 교정시설 내에서도 최소한의 생활 공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원고들은 각 교도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등을 증거로 제시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교정시설의 실제 면적과 수용 인원을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교정시설 수용률은 120%대에 달하는 초과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용자들이 공간 부족을 주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법정에서는 객관적인 증거가 더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교정 시설 개선, 더딘 발걸음
법무부도 과밀 수용 문제를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소송 기각 직전인 6월 25일, 법무부는 교정미래혁신단을 출범시켰는데요. 이 조직은 과밀 수용 해소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신축 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님비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소통 강화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법무부는 2030년까지 수용률을 1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개선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정시설 신축이나 증축은 주민 반발이 심하고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탓입니다. 이번 판결은 수용자의 인권 보장과 국가의 교정 행정 사이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앞으로 교정 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맞춘 시설 확보와 더불어 수용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