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건 주가만이 아니었습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기술 발표가 국내 증시를 때렸습니다. 창신메모리(CXMT)가 4F² 구조 D램 상용화 계획을 내놓자 코스피는 6%대까지 밀렸고, 삼성전자는 7.39%, SK하이닉스는 10.09% 하락했습니다. 시장이 반응한 건 개별 제품이 아니라 추격의 속도 자체였습니다.
CXMT의 세계 D램 점유율은 2분기 기준 7%를 넘어섰고, 내후년에는 1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 정부의 전략 산업 육성책이 뒷받침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엑스태킹이라는 우회로
낸드 쪽 추격자인 양쯔메모리(YMTC)의 행보도 만만치 않습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142억 위안, 우리 돈 약 2조8000억 원을 R&D에 투입했고 연구 인력은 4,796명으로 전체의 30%를 넘습니다. 이 기간 등록한 발명특허만 5,611건입니다.
성과는 숫자로 확인됩니다. 2026년 2분기 글로벌 낸드 출하량 점유율 16.5%를 기록했고, 목표는 20%입니다. 첨단 노광 장비 접근이 막힌 상황에서 이들이 찾은 우회로가 메모리 셀과 주변 회로를 각각 다른 웨이퍼에 만든 뒤 붙이는 엑스태킹입니다. 삼성전자가 이 특허를 라이선스받은 사실은 기술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D램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10월부터 2공장에서 월 5,000장 규모로 2세대 16Gb LPDDR5를 시험 중이고, 3공장에서는 4F² 셀 구조를 적용한 9,600MT/s급 양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관문은 결국 장비입니다
변수는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와 이른바 MATCH Act가 노광·식각·증착 장비 조달을 옥죄고 있습니다. 구조가 아무리 앞서도 장비가 없으면 수율 인증과 양산 일정은 밀릴 수밖에 없죠. 월 50만 장으로 잡은 웨이퍼 생산능력 목표도 이 문제와 맞물려 있습니다.
국내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두 갈래입니다. 미세화 경쟁을 계속 따라붙어야 한다는 압박과, 테슬라가 로드스터로 하늘을 나는 차를 선보였듯 규칙 자체를 바꾸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요구입니다. 추격을 막는 일과 판을 새로 짜는 일, 둘 다 놓칠 수 없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