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의 새로운 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미-이란 종전 협상의 판을 뒤흔들었습니다. 그는 지난 26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으로 향하던 협상단 파견을 취소하며, 이란이 진정한 대화를 원한다면 직접 전화하라고 선언했죠. 이는 협상단이 18시간이나 비행해야 하는 비효율성을 지적한 조치였습니다. 동시에 그는 협상의 핵심 선결 조건으로 이란의 핵무기 포기를 명확히 했는데요. 이에 맞서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오만을 하루 만에 떠나 파키스탄으로 재빨리 복귀했습니다. 그의 목적은 파키스탄을 중재국으로 활용해 미국 측에 이란의 종전 요구안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싸움 속에서 새로운 제안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액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전쟁 종식을 먼저 합의한 뒤, 핵 협상은 이후 단계로 미루자는 3단계 협상 프레임워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은 핵 문제를 협상의 걸림돌에서 벗어나게 하고,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현실적 이슈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듯했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은 이 소식에 긍정적으로 반응해 달러-원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죠.
엇갈리는 ‘레드 라인’과 협상 조건
양국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 있습니다.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미국에 서면으로 전달한 ‘레드 라인’ 메시지는 구체적인 조건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새로운 법적 체제 도입, 전쟁 피해 배상, 추가 군사 공격 방지 보장, 그리고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 해제 등이 주요 내용이었죠. 아라그치 장관은 이 조건들이 핵 협상과는 무관하게 군사적 갈등 종식을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협상의 출발점은 이란의 핵무기 포기라는 원칙이었습니다. 올리비아 웨일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죠. 미국 측에는 봉쇄 해제와 종전 합의가 선행되면, 향후 핵 협상에서 미국의 지렛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지난 1차 협상이 결렬된 원인이기도 했는데, 이란이 요구한 미군 철수 및 제재 해제 등의 조건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재국의 고군분투와 향후 일정
가운데에서 양쪽을 오가며 중재에 고심하는 건 파키스탄입니다. 협상을 위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사실상의 도시 봉쇄 조치를 시행했지만, 협상이 지연되며 시민 불편이 커지자 27일을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통제를 해제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아심 무니르 육군 총사령관은 양측을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중재자로 부상했죠. 오만과 튀르키예 같은 다른 주변국들도 적극적으로 물밑 조율에 나서고 있습니다.
아라그치 장관의 긴박한 순방 일정은 계속됩니다. 그는 파키스탄과 오만에 이어 2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이란과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우방국으로, 그의 방문은 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외교적 지지 확보의 의미가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제안이 실제로 실현될지, 이란의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미국의 검토를 통과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안정이 이 복잡한 협상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