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반도체주 일제히 폭락
2026년 7월 28일은 아시아 반도체 시장에 최악의 날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이날 한국 코스피 지수는 장중 11%까지 밀리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마감은 10.84% 하락한 6023선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 역시 3.95% 급락해 6만2364포인트로 밀려났으며, 대만 가권지수 역시 4.65% 하락한 4만1603선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홍콩 증시만 유일하게 소폭 상승하며 나머지 아시아 주요 시장은 모두 반도체주 매도세에 짓눌렸습니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는 키옥시아가 18% 넘게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고, 어드밴테스트와 도쿄일렉트론도 10% 이상 하락했습니다. 대만에서는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TSMC가 3% 가까이 밀렸고, 한국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2에서 13%대 급락하며 아시아 반도체 밸류체인 전체가 휘청거렸습니다.
AI 불확실성과 중국의 움직임
이번 급락의 뒤에는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수익성 재평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 알파벳이 지난 2분기 잉여현금흐름에서 적자를 기록했고, 엔비디아는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주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이 반도체 제조업체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동안 너무 빠르게 오른 주가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여기에 중국 쪽에서 전해진 소식이 불안 심리를 키웠습니다. 중국 국영기업이 심자외선 노광장비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세계 최대 장비업체인 ASML 주가가 8% 이상 급락했습니다. 또한 중국 대형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모회사가 상장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가 현실화됐습니다. 이번 상황을 두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달 AI 상승장에 대한 경계감을 1탄으로, 이번 중국 기업 상장과 실적 우려를 2탄으로 규정하며 한국발 하락세가 일본까지 번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발 변동성이 번진 이유
재미있는 점은 한국 시장의 움직임이 시차가 없는 일본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닛케이신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레버리지 ETF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이것이 일본 반도체 및 인공지능 관련주에 즉각 전달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코스피가 8% 가까이 밀릴 때 닛케이 지수도 장중 2500엔가량 하락하며 6만3000엔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닛케이225 지수의 장중 변동률은 3개월 연속 2%를 웃돌았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여기에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신용거래 매수 잔액이 6조 엔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점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키옥시아 등 일본 반도체주가 한국 기업들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만큼, 앞으로도 양국 시장의 동조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