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둘러싼 2차 이전의 진통
정부가 2027년부터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번 이전의 핵심 원칙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인데요. 반드시 남아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기관은 원칙적으로 지방으로 옮겨야 합니다. 특히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금융계의 반발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약 1만 5,000명이 참여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고, 금감원은 1,720명의 임직원 서명이 담긴 반대 탄원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뉴욕이나 런던 같은 주요 금융도시의 사례를 들며, 전문 인력의 집적 없이는 국가 금융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속도전에 나선 정부와 현장의 우려
정부는 이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청사 신축 대신 민간 건물 임차 방식을 활용하고, 2026년 4분기 중 구체적 계획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법무부와 성평등부 등 대형 기관의 세종 이전도 함께 추진되며, 동시에 공공기관 약 20%에 해당하는 109개 기관을 감축하는 방안도 세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은 이전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변호사와 회계사 등 핵심 전문 인력이 이탈하면 감독 역량이 약화되고, 금융회사와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져 금융사고나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금융산업 특유의 집적 효과를 무시한 채 일률적인 이전 기준을 적용하면, 지방 이전이라는 목표는 달성하더라도 금융 시스템의 전문성은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3년 공백 책임 놓고 여야 공방
이처럼 현장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계획 없이 3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민의힘과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며,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주 4.5일제 등 노동조건 개선에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균형발전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이전 대상과 재원 조달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두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1차 이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점검 없이 추진하는 속도전이 갈등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균형발전이라는 대의와 금융 산업의 현실 사이에서, 정치권이 대립보다는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