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을 등진 투자 심리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넘어서며 9거래일 연속 상승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역대급 불장이 펼쳐지고 있지만, 시장 한편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호소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새해 초 코스피가 조정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인버스 ETF’에 투자했던 이들이 오히려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억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투자자는 10억 원이 넘는 인버스 ETF를 매수했다가 8억 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고 토로하며 충격을 주고 있죠. 역대 최고점을 찍는 시장에서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눈물이 낭자한 겁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지난 한 주 동안만 봐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200 지수의 하락을 예상하며 ‘KODEX200선물인버스2X ETF’를 1500억 원 이상 순매수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코스피가 지난해 4월 저점을 기록한 이후로 이 상품에 대한 개인 순매수액이 2조 5천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인데요. 같은 기간 일반 코스피200 ETF 순매수액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시장이 오를 때도 하락을 준비하는, 다소 독특한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왜 하락에 집착하는 걸까?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에서도 하락에 베팅하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우선 공포와 탐욕이라는 투자 심리가 작용합니다. 장기간의 상승세는 ‘언제나 조정이 올 것’이라는 공포감을 부추기기 쉽죠. 또 과거 특정 시점에서 매도해 상승 폭을 놓친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심리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9만 원 후반에 매도했다가 현재 14만 원을 넘어서는 주가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후회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시장의 정점을 예측해 하락에서 차익을 보려는 ‘역추종’ 전략에 빠지곤 합니다.
문제는 이런 전략이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입니다. 인버스 2X ETF는 지수가 1% 하락할 때 2% 상승하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상품인데요. 반대로 지수가 오르면 손실도 배로 커집니다. 실제로 KODEX200선물인버스2X ETF는 지난해 4월 이후 80% 이상 급락했고, 올해 들어서만 19% 넘게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때 치르는 대가가 엄청난 거죠. 전문가들이 단기 차익을 노린 인버스 베팅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엇을 말하나
증권가에서는 현재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여력이 있다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국내 주식 시장에 저평가된 종목이 여전히 많고, 반도체와 방산 등 주요 섹터에 추가 상승 여지가 크다는 판단에서죠.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높은 상승률과 반도체주에 자본이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호황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봅니다. 결국 섣부른 하락 베팅보다는 시장 흐름을 읽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인버스 ETF 자체가 나쁜 상품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롱숏 전략의 일환으로, 또는 포트폴리오 헤지용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합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하락만을 예상하며 단기 투기에 가깝게 접근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증시의 향방은 누구도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역사적으로 지속적인 상승장 중 반대 방향으로 큰 베팅을 건 투자자들의 최후가 그리 밝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르는 시장을 두고 하락만을 고집하는 전략이 결국 눈먼 도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투자자 본인의 전략을 다시 점검해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