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만에 꺼진 불, 남은 건 잿더미
지난 27일 오후 3시 49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2지구에서 불이 시작됐습니다. 강한 바람을 타고 1·3·4지구와 구룡산 일부까지 번진 불은 28일 오전 4시 39분께 완전히 꺼졌는데요. 진화까지 12시간 50분이 걸렸고, 가건물 99채가 전소되면서 91가구 127명이 터전을 잃었습니다. 피해 면적은 2만8천㎡였고, 30대 여성 1명이 다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재민들은 개포중·구룡중 체육관과 호텔 등으로 대피했습니다. 경찰과 소방은 1차 합동감식을 했고, 30일 2차 감식에서 원인을 규명할 예정입니다. 방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복된 화재, 구조적 취약성이 배경
구룡마을은 1970년대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입니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후 이주가 진행되면서 1,100여 세대 가운데 169세대만 남았는데요. 남은 가건물은 나무 합판과 솜뭉치, 비닐 같은 가연성 자재로 지어졌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LPG 가스통과 노후 전선도 위험 요인입니다.
소방 여건도 열악합니다. 좁은 골목으로 소방차가 들어가기 어렵고, 소화전이 사유지에 놓여 용수 확보와 수압에 제약이 있었습니다. 서울시가 올해 1월 화재 뒤 소화기와 감지기를 보급했지만 빈집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졌고,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도 철거 대상 건물이라는 이유로 무산됐습니다. 2014년 이후 화재가 이어졌고 2023년과 올해 초에도 큰불이 났습니다. 전문가들은 무허가촌에 맞는 소방도로 확보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임시 주거 넘어 재정착까지
강남구는 우선 7일간 임시 숙소를 제공하고 이재민에게 현금과 식비를 지원했습니다. 서울시와 SH는 긴급임시사용주택 96채와 임시이주주택 213채를 마련했습니다. 입주 시 임대보증금은 전액 면제되고 임대료는 소득에 따라 차등 감면됩니다. LG유플러스는 구룡중·개포중 구호소에 충전부스와 와이파이를 지원했습니다.
다만 장기 대책에는 변수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LH 임대주택을 2년간 무상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서울 안에 즉시 공급 가능한 물량은 사실상 없어 전세임대 방식에 기대야 합니다. 모듈러주택 100채도 부지 확보와 설치 절차를 거쳐야 해 입주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1,107호 규모의 통합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될 예정이지만, 남은 169가구 가운데 일부는 분양권을 요구하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어 갈등은 여전합니다. 임시 대피를 넘어 재발 방지와 재정착을 함께 다루는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